‘주식회사 일본’, 현금보유액 4.8조 달러로 역대 최대

입력 2019-09-03 09:47 수정 2019-09-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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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이후 세 배 증가…“구두쇠 같은 상황 시정돼야”

▲일본 기업 현금보유액 추이. 단위 조 엔. 2019 회계연도(내년 3월 마감): 약 506조4000억 엔. 출처 블룸버그
▲일본 기업 현금보유액 추이. 단위 조 엔. 2019 회계연도(내년 3월 마감): 약 506조4000억 엔. 출처 블룸버그
일본 기업들의 현금보유액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막대한 현금보유액은 기업 체력이 탄탄하다는 증거이지만, 그만큼 투자 기회 등을 놓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상장사의 현금보유액은 현재 약 4조8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업의 현금보유액을 줄이겠다고 공약하고 집권 2기를 시작한 2013년 3월 이후 약 3배 불어난 규모다.

기업들은 이처럼 막대한 현금보유고에 대해 “어려운 시기에 대비하기 위한 완충재”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경영진이 성장을 위해 투자하거나 주주환원을 실시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기업들에게 자금을 은행에 쌓아놓지 말고, 생산적으로 활용하도록 촉진하는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실시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현금보유고가 이처럼 쌓였다는 건 그런 아베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제프리스재팬의 주하이르 칸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일본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순이익의 70%를 환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40%밖에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닛코자산운용의 가미야마 나오키 수석 투자전략가도 “이런 구두쇠와 같은 상황은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BNP파리바의 펠릭스 람 선임 아시아·태평양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본 기업의 현금보유량이 이렇게 막대한 이유는 경영진의 보수적인 태도 때문이 아니라 펀더멘털 개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증시 토픽스지수 구성 기업의 올해 2분기 주당순이익은 2012년 4분기 대비 80% 늘었다.

람 매니저는 “최근 3년간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며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차입이 아닌, 수중의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상장사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약 600억 달러에 달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일본 기업이 8조4000억 엔의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S&P500 기업들이 지난해 약 800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일본의 주주환원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일본 기업들이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올 들어 지금까지 일본 상장사가 발표한 M&A 규모는 약 95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50억 달러에서 크게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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