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화물 노선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고 4일 밝혔다. 취임 후 그룹 사업과 관련해 “전략적이고 과감하게 대응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의지가 이 같은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동남아·남미 화물시장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로 성장하며 항공화물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남미 시장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라 ‘대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대한항공은 5월부터 필리핀 마닐라에 화물기(보잉777F)를 주 2회, 지난달 13일부터 태국 방콕에 화물기(보잉777F)를 각각 2회 재취항했다. 기존 필리핀 마닐라와 태국 방콕 구간은 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해 항공 화물을 수송해 왔다.
남미 시장의 경우 지난달 23일부터 남미행 화물기(보잉777F)를 주간 2회에서 3회로 증편했다. 남미행 화물기는 대한항공 운항편 중 운항시간이 가장 길다.
인천에서 출발한 화물기는 미국 앵커리지, 마이애미를 거쳐 브라질 상파울루, 칠레 산티아고, 페루 리마, 다시 미국 LA를 경유해 인천으로 돌아오게 된다.
인천 출발 편에는 휴대폰 부품, 자동차 등 공산품이 주로 실리고, 경유지인 미국 마이애미에서는 브라질행 전자부품, 항공기 엔진 등이 탑재된다. 돌아오는 화물기에는 연어, 체리, 아스파라거스, 망고, 블루베리 등 칠레, 페루산 아시아행 신선 화물들을 채워 전 구간을 빈 곳 없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제3국 간 화물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 인천-베트남(하노이)-인도(델리)-유럽(비엔나·밀라노) 화물기 노선을 5월 주 3회에서 4회로, 인천-중국(시안)-베트남(하노이) 화물기 노선을 7월 주 1회에서 2회로 각각 1회씩 증편해 화물 수송을 확대했다.
관련업계에서는 항공 화물시장의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대한항공이 ‘모험’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민간항공기구(IATA)는 올해 1~5월 글로벌 국제항공 수요(화물수송 실적 기준)가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