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12일 서울 25개구를 포함한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적용 시점도 당초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에서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 신청 단계로 늦췄다.
4일 대구 수성구청에 따르면 수성구는 지역 내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의견을 취합해 국토교통부에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 대구 수성구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돌입한 구역은 총 32곳이다. 이 가운데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은 조합은 3곳(수성 용두지구, 지산시영1단지, 파동강촌2지구)이다.
지난달 중순 국토부가 오는 10월부터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홍남기 기획재정부 부총리가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조합의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의 목소리가 두드러진 가운데 대구 수성구와 같은 지역 민심도 들끓고 있다.
특히 수성구 내 정비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제외뿐만 아니라 투기과열지구도 재조정해야 한다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일부 조합에서는 수성구청과 함께 투기과열지구 재조정에 대한 탄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구 수성구 중에서도 범어·만촌·수성동 등 일부 동네의 집값이 서울 강남권처럼 과열된 것인데 수성구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다 보니 외곽 동네마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인 투기과열지구는 서울시 25개 구 전역, 경기도 과천·광명·하남시, 성남시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이다.
대구 지산시영1단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이주를 마무리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이 지역은 수성구 외곽지역인데 수성구 전체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다 보니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에서 바라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에서 제외해 달라는 것과 투기과열지구에서도 (우리 동네를) 빼달라는 것”이라며 “추석 전에 수성구청과 함께 상의해 국토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수성구청 관계자는 “조합에서 분양가 상한제 문의를 해오는데 확실히 정해진 게 없다 보니 구청에서도 시원하게 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합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분양가 상한제에서 제외해달라는 내용 등을 국토부에 건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조합들도 분양가 상한제 반대 목소리를 끊이지 않고 내고 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조합 수십 곳은 다음 달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소공원에서 열리는 야간 촛불 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행사 주최 측인 미래도시시민연대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집회 참가비를 납부한 곳은 총 34곳으로 집계됐다. 조합원과 조합원 가족을 고려하면 최대 2만 명이 시위에 참여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이날 서울 재개발·재건축 대표 조합장 30여명은 세종시 국토부 청사를 방문해 분양가 상한제와 소급 적용 폐기를 청원하는 결의문도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은 정부가 다음 달로 예정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 헌법소원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가 상한제 지정을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 등의 민원이 2건 접수됐고, 서울에서도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주택법 시행령 개정이 아직 안 됐고, 추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분양가 상한제) 지정을 검토한다는 내용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