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수출규제 문제 해결에 있어 '대-중소기업 간 공급망 측면'에서의 접근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규제 영향이 우선적으로는 소재·부품·장비 조달 차질과 같은 직접효과 중심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원청기업(대기업)의 수요 위축에 따른 파급효과와 타 공급망 생산 차질에 따른 전염효과와 같은 간접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연구원 박재성ㆍ강재원 연구위원, 최종민ㆍ홍종수 부연구위원 등은 8일 '일본 수출규제의 대-중소기업 공급망 측면 영향 분석' 보고서(중소기업포커스 제19-21호)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망 분석 결과 국내 중소기업은 최종 수요기업인 대기업 중심 하청계열화로 수요기업 정책변동이 하청 기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최종 수요기업인 대기업에 비해 하청기업의 수익성은 취약해 파급효과 및 전염효과로 인한 영향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7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21.5%와 44.9%인 반면, 288개 1차 하청기업과 79개 1차 하청기업의 매출액가중 평균 영업이익률은 각각 8.6%와 13.1%이다.
연구원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기계, 석유화학, 핸드폰ㆍ통신장비, 조선, 2차전지, 철강 등 9개 분야 제조 중소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일본수출규제로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6.2%에 그쳤다며, 업체 다수는 구체적으로 일본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거나,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영향이 예상됨”이라고 응답한 중소기업 비율은 2차전지가 38.2%로 가장 높으며, 반도체 13.7%, 기계 12.3%, 핸드폰/통신장비 7.8% 등의 순이다.
응답자들은 반도체는 소재 및 부품에서, 디스플레이, 2차전지, 철강은 소재에서, 핸드폰/통신장비, 기계, 조선은 부품에서, 자동차 및 철강은 장비에서 각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자동차, 조선은 3개월 이내 대체재 확보가 가능한 반면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석유화학은 대체재 확보에 최소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박재성 연구위원은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은 주로 소재·부품·장비 조달 차질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대-중소기업 간 공급망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생산 네트워크의 위기관리 점검, 추월형 중소기업 육성, 기업 간 거래의 공정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재원 연구위원은 “수요-공급 기업 간 공정한 거래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납품단가 인하와 같은 근시안적 경영을 탈피하도록 하청기업과의 상생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