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시대 넘어 마이너스금리 시대...세계 채권금리 ‘4분의1’ 마이너스권

입력 2019-09-08 15:30 수정 2019-09-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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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 ‘부메랑’ 될 수도

▲출처:블룸버그통신
▲출처:블룸버그통신
마이너스(-) 금리 확대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 속에 마이너스 수익률로 거래되는 채권 잔액이 무려 17조 달러(약 2경 원)에 이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채권 잔액은 올해 초의 2배인 약 17조 달러로, 전체 발행액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세계적으로 체감 경기가 악화하면서 금융 완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자금이 채권으로 몰린 영향이다. 유럽에서는 금리가 마이너스인 모기지까지 등장하자 일각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돈을 빌려주는 쪽이 되레 이자를 부담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금융 위기 이후인 2008년 12월 미국의 단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권에 진입, 2012년 이후 유럽과 일본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확산하면서 채권의 마이너스 수익률이 정착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스위스에서는 만기까지 45년이나 남은 국채 수익률도 마이너스권으로 주저앉았다.

덴마크에서는 현지 3위 은행인 유스케은행이 고액 예금에 연 0.6%의 수수료(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기로 하는 한편 세계 최초의 마이너스 금리의 모기지 대출을 시작했다. “은행에 예금을 하면 손해”라는 서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한다.

문제는 마이너스 금리가 가져온 게 경기 부양 효과 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수수료 부과로 예금 금리를 실질적으로 마이너스로 만드는 은행이 늘어나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소액 예금자를 마이너스 금리에서 보호하자”는 취지로 마이너스 금리 금지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할 의향을 나타냈다. 예금 금리가 마이너스 상태로 유지되면 저축한 돈에서 생기는 이자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압박해 경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은행에만 부담을 주면 대출 축소와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브루넬 마이어 교수는 주장했다. 금융 완화로 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금융기관의 수익이 악화해 오히려 완화 효과가 반전되는 이른바 ‘리버설 레이트(reversal rate)론’이다. 실제로 전 세계 은행 주식의 시가총액은 6조8000억 달러로 2018년 초보다 20% 줄었다. 독일은행협회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독일 은행은 2018년에 전년 이익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23억 유로를 유럽중앙은행(ECB)에 지불했다.

신문은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서 금융 기관이 대출을 축소하면 경기가 장기적으로 침체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일본이 빠진 함정을 반복하는 ‘일본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미국도 10년물 국채 금리는 1.5%대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7월 말 -0.44%에서 최근 -0.72%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했고, 스웨덴(-0.25%) 덴마크(-0.65%) 스위스(-0.75%) 등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문은 “역사상 경험한 적이 없는 마이너스 금리의 세계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세계적인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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