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자초지종’이라는 말을 수시로 듣기도 하고 말하기도 한다. “자초지종을 캐묻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리자면…”이라는 말이 바로 그런 예이다. 자초지종의 의미가 ‘아주 자세하게’, ‘있는 그대로 상세하게’ 등의 의미인 줄은 잘 짐작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 왜 ‘자초지종’이라는 말이 그런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초지종을 ‘상세하게’ 혹은 ‘성의껏’이라는 부사와 같은 의미로 일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아서 심한 경우에는 “자초지종하게 말을 해 봐”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자초지종은 명사로서 대부분 목적어 역할을 할 뿐, 부사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자초지종은 ‘自初至終’이라고 쓴다. 각 글자는 ‘스스로 자’, ‘처음 초’, ‘이를 지’, ‘마침 종’이라고 훈독한다. 그런데 ‘스스로 자’라고 훈독하는 ‘自’에는 ‘스스로’와는 별도로 ‘…부터’라는 뜻이 있다. 영어로 말하자면 ‘from’이라는 뜻이 있는 것이다. ‘이를 지’라고 훈독하는 ‘至’는 ‘이르다’, ‘도착하다’라는 동사로 많이 쓰는 글자이지만 ‘…까지’라는 조사로도 쓰는 글자이다. 영어로 말하자면 ‘to’라는 전치사에 해당하는 글자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자초지종(自初至終)은 ‘처음부터 끝까지’라는 뜻이다. 영어의 ‘from beginning to end’ 혹은 ‘from start to finish’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자초지종에는 ‘상세히’라는 부사적 의미가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아니나, 본뜻은 ‘처음부터 끝까지’라는 일의 ‘내용’을 나타내는 명사이지 부사는 아니다.
의혹이 가는 일에 대해서는 당사자에게 자초지종을 묻고 자초지종을 답하게 해야 한다. 묻지도 않고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사태를 예단하여 제 맘대로 소문을 퍼뜨리는 것은 자칫 사람을 죽게 할 수도 있는 아주 비열하고 매우 나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