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장기 공사 손해배상채권 소멸시효, 차수별 계약 기준 따져야"

입력 2019-09-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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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 등 5개 건설사 담합 행위로 9년 전 공사 배상책임 인정될 듯

정부가 발주한 장기 공사와 관련해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는 총괄계약이 아닌 차수별 계약을 기준으로 각각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정부가 SK건설 등 5개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SK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은 2009년 12월 포항지방해양항만청이 발주한 2809억 원 규모의 포항 영일만항 북방파제 구축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결과 1924억 원의 투찰가격을 써낸 SK건설이 낙찰받았다.

입찰에 탈락한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은 특별유의서 규정에 따라 설계보상비 38억 원을 지급받았다.

SK건설은 2010년 3월 총 공사금 1924억여 원, 준공기한 2012년 11월로 정한 1차 계약(계약금 92억 원) 및 총괄계약을 시작으로 일주일 후 2차분 계약(510억 원), 2011년 1월 2차분 계약(619억 원), 2012년 1월 4차분 계약(480억 원)을 각각 체결했다. 이후 2014년 7월 공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12월 이들 건설사의 입찰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247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리자 정부는 2015년 11월 공사계약 무효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차수별 계약이 존재하는 장기공사의 경우 소멸시효를 어떻게 봐야 할지가 쟁점이 됐다. 또한 공사가 완료된 이후에 입찰이 무효에 해당할 경우 설계보상비를 반환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방이 이어졌다.

정부는 건설사들이 담합을 통해 과도한 금액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손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손해가 발생한 시점을 1차 계약이 체결된 2010년 3월인 만큼 손해배상채권의 공소시효 5년이 지나 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1, 2심은 "SK건설을 낙찰자로 지정하고 총 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총괄계약과 1차분 공사계약을 체결한 시점이 불법행위가 종료됐으며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공소시효 완성을 주장한 건설사들 측에 손을 들어줬다. 설계보상비도 입찰이 무효가 된 것이 아닌 이상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총괄계약의 효력은 계약상대방의 결정, 계약 이행 의사의 확정, 계약 단가 등에만 미칠 뿐 계약상대방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의 범위, 계약의 이행기간 등은 모두 차수별 계약을 통해 확정된다"며 "원심은 차수별 계약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아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각각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계비 보상은 담합 행위를 할 경우 애초부터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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