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었지만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던 얘기의 후폭풍이 여전하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다른 피해는 전혀 주지 말고 우리 사회에 짙게 깔려 있던 거짓과 모함과 억지와 불신의 분위기만 확 다 쓸어가기를 바랐는데 그런 분위기는 쓸어가지 못하고 여러 가지 피해만 냈다. 하기야 아무리 힘이 센 태풍인들 인간이 만들어낸 못된 분위기를 쓸어가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태풍을 탓할 일은 아니다.
간담회는 ‘懇談會’라고 쓰며 각 글자는 ‘정성 간, 간절할 간’, ‘말씀 담’, ‘모임 회’이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정성을 다해 간절한 마음으로 말을 주고받는 모임’이다. 국어사전은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는 풀이를 하고 있다. ‘懇’은 ‘豸+艮+心’의 구조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豸’는 흔히 ‘벌레 치’라고 훈독하는데 이 글자를 사람에게 적용할 때는 ‘하찮은 사람’, ‘천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띤다. ‘豕(돼지 시)’의 변형으로 보아 부수로서의 ‘豸’는 ‘갖은 돼지시 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艮(어긋날 간, 그칠 간)’은 ‘懇’의 발음을 맡은 글자로서 ‘사람(人)이 눈(目)을 멀리 바라보지 못하고 내리깔고 있는 모양’을 띠고 있다. 주눅이 들어서 멀리 바라보지 못하고 시야가 자신의 발 아래에 그쳐 있는 사람의 형상이다. 여기서 ‘그치다’라는 뜻이 생겼다. 따라서 ‘貇(간)’은 벌레나 돼지 같은 대우를 받는 천한 사람이 상전 앞에서 눈길도 멀리 보낼 수 없는 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상전의 선처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은 글자인데 후에 ‘心’을 덧붙여 그런 마음을 더욱 강조한 글자가 바로 ‘懇’이다.
간담회는 일본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담회(情談會)’라고 고쳐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가졌던 기자간담회는 국어사전의 뜻풀이에 부합하는 ‘간담회’나 ‘정담회’였을까? 정이 있기는커녕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