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컨소시엄 서캄차카 유전광구사업 '물거품'

입력 2008-08-13 17:42 수정 2008-08-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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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들이 40%의 지분을 갖고 러시아 로스네프트사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서(西)캄차카 해상유전 탐사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원대국 러시아에서 우리나라가 의욕적으로 벌이던 해외유전개발 사업이 탐사단계에서 물거룸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석유공사는 러시아 지하자원청이 서캄차카 사업의 탐사 라이선스 연장 신청을 지난달 29일자로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지하자원청이 지난해 의무 탐사시추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라이선스 연장을 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캄차카 해상광구 라이선스 연장 기각

서캄차카 해상광구는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인 로즈네프트(Rosneft)가 2003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운영권을 따냈으며 이듬해 9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한·러 정상회담에서 석유공사와 로즈네프트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 이 사업의 공동 계약자가 됐다.

로즈네트프와 석유공사 등 7개 한국기업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은 6대4의 지분으로 '캄차카네프트가즈(KNG)'라는 공동 운영사를 세우고 사업을 벌여왔다.

한국컨소시엄에는 석유공사(지분 20%)를 중심으로 한국가스공사(4%), SK에너지(4%), GS칼텍스(4%), 대우인터내셔널(4%), 현대종합상사(2%), 금호석유화학(2%) 등이 참여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계약 종료를 통보받고 계약을 연장해 줄 것을 다시 요청했지만 러시아 정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고 말했다.

석유공사 등 한국컨소시엄은 라이선스 유효기간이 이달 1일에 만료됨에 따라 러시아 지하자원청에 5년간 라이선스를 연장해줄 것을 신청했다.

하지만 러시아 지하자원청은 한국컨소시엄의 계약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 라이선스 계약에 따르면 기간 중 의무적으로 지난해 2공, 올해 1공에 대해 탐사시추를 해야 했지만 지난해에는 러시아 정부가 북위 57도 이북지역에 대해 외국회사의 탐자를 제한해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이후 고유가로 인한 전 세계적인 유전개발붐에 따라 시추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추가 차일피일 미뤄져 올해 6월에야 첫 시추가 이뤄졌다.

애초 예정보다 1년 이상 늦어졌던 것. 현재 한국 유일의 시추선인 두성호가 1번공 시추공에서 시추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계약 종료로 곧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도 당시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라이선스 연장의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로스네프트와 함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러시아 관계부처와 접촉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향후 전망은

러시아 천연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서캄차카 해상광구의 매장량은 약 37억배럴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한국측 지분 매장량은 15억배럴이다.

러시아 서캄차카 광구는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개발에 성공할 경우 거리와 운송비용 등의 문제로 현지 판매를 하던 다른 광구와 달리 직접 국내로 원유를 들여올 수 있어 원유수급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현재 한국 정부와 석유공사는 라이선스 연장 신청이 기각됐지만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 면담을 통해 라이선스 연장에 대한 협조와 재심의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컨소시엄측은 서캄차카 광구 라이선스 연장과 관련한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캄차카 사태를 보면서 해외자원개발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것에 비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특히 사업의 특성상 '성공불융자'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향후 성공불융자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현재 석유공사 등 한국컨소시엄이 서캄차카 해상광구 사업에 들어간 금액은 약 2억달러(한화 약 2080억원)으로 이 중 914억원이 성공불융자다.

성공불융자금의 경우 개발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을 전액 감면해주고 성공시에는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추가 징수하는 제도다.

따라서 사업이 이대로 종료될 경우에는 900억원이 넘는 성공불융자금 전액이 공중으로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로스네프트와 한국컨소시엄의 라인선스를 러시아 국영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이 이어받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자원통제를 강화하고 자원개발 사업을 주도하기 위해 가즈프롬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할린Ⅱ 광구의 경우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메이저 석유기업인 쉘사의 지분을 축소하고 가즈프롬의 지분을 50% 이상 확보키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 내의 자원개발사업이 가즈프롬으로 통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라이선스 연장 문제도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러시아 내 로스네프트와 가즈프롬의 역할 재정립 과정에서 서캄차카에 대한 라이선스를 가즈프롬이 이어받을 수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는 지하자원법 개정 등을 통해 자원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즈프롬과의 동맹관계 강화 등 매력적인 파트너로 인식되는 것이 향후 러시아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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