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이 갖는 의미

입력 2019-09-10 17:42 수정 2019-09-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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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올 9월 7일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매년 9월 7일을 ‘사회복지의 날’로 정한 것은 근로능력이 없는 가난한 자를 위한 ‘생활보호법’을, 근로능력이 있더라도 가난하다면 국가가 지원을 해주고 자활을 돕는 획기적인 인권신장과 복지 발전의 표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처음 공포한 날인 1999년 9월 7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과정을 살펴보면 1987년 민주항쟁 이후 한국 복지정치의 지형이 획기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법의 제정은 1994년 12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실시한 국민복지기본선 운동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1997년 12월 경제위기 이후 가족 해체라는 전형적 사회 해체 과정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가족이라는 단위 내에서 기초적 생계가 유지되는 제도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시민사회에서 부각되었다. 특히 민주노총, 한국노총, 경실련, 참여연대, 여연, 민변 등 64개 단체가 참여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추진 연대회의’는 1999년 3월 발족 때부터 이 법의 제정을 목표로 하여 법을 통과시키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였다.

1961년 생활보호법은 몇 차례의 법 개정을 거치면서 부분적으로 개선되었지만, 빈곤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돌리는 잔여적·시혜적 차원에 머물고 있었다. 이러한 생활보호법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첫째, 보호·피보호자 등의 시혜적 용어를 보장·수급자 등 권리성 용어로 변경하여 국가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수급자의 권리성을 강조하였다. 둘째, 최저생계비 이하의 모든 국민에게 기초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자활을 꾀하는 최종적인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 수행 및 긴급구호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셋째, 자활제도를 두어 수급자도 빈곤 탈피를 위해 노력할 것을 규정하여 생산적 복지 이념을 실현코자 하였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15년 6월 이전의 통합급여 방식과 2015년 7월 이후의 맞춤형 급여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맞춤형 급여 방식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존 통합급여 체계로 운영되던 급여를 생계·의료·주거 및 교육급여 등 개별급여로 변경 운영하였고, 최저생계비를 기준 중위소득으로 변경하였으며, 각각의 급여에 따른 급여기준선을 별도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크게 완화하였으며, 기존 보건복지부 중심의 전달체계를 주거급여는 국토교통부, 교육급여는 교육부, 생계·의료급여는 보건복지부를 책임부처로 개편하여 제도 운영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였다.

그럼에도 현재 상당수의 가구와 개인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좀 더 완화하거나 폐지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기준 중위소득의 안정적 산출과 예측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기준 중위소득 산출방식의 변경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인독거, 청년 독거 등 독거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구균등화지수 조정에 대한 검토가 요구되며, 주거급여 확대에 따른 임대주택 공급과 임차료 급여 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랜 기간 자활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규모와 탈수급 효과는 크지 않아, 최근에 설립된 한국자활진흥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은 한국으로서는 과도한 경쟁중심의 사회에서 국민들을 포용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특히 혁신적 포용국가 정책의 핵심인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실현을 위해 공공과 민간의 균형적 일자리 창출과 함께 빈곤 노인 등 시급한 저소득층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과감히 개혁함으로써 국민들이 항상 체감할 수 있는 촘촘한 사회안전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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