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우리 정부 '日 붙어보자'…WTO에 日 제소

입력 2019-09-11 10:55 수정 2019-09-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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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제소로 '반도체 원자재 수출 규제' 우선 대응…'화이트리스트'는 타협 여지

(사진 제공=산업통상자원부)
(사진 제공=산업통상자원부)

우리나라가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일본의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원자재 수출 규제를 두고 한ㆍ일 양국이 결국 WTO에서 법리 공방을 벌이게 됐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세 개 품목에 대해 일본이 지난 7월 4일 시행한 수출 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7월 4일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원자재로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 가스)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등 세 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제한한 지 69일 만이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정치적인 동기로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취해진 차별적인 조치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 공급국임을 고려할 때 일본의 조치는 세계 경제에도 커다란 불확실성과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부는 우리나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교역을 악용하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일본의 조치를 WTO에 제소하기로 했다"며 제소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 정부가 제소 근거로 든 것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의 △최혜국 대우(1조) △수량적 제한의 일반 폐지(11조) △무역 규칙 공포ㆍ시행(10조) 조항 등이다.

유 본부장이 가장 공들여 설명한 부분은 일본의 GATT 11조 위반 여부다. 그는 "일본 정부는 사실상 자유롭게 교역하던 세 개 품목을 각 계약 건별로 반드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했다"며 "수출제한 조치의 설정ㆍ유지 금지 의무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포괄허가를 통해 1~2주면 수입할 수 있었던 원자재가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뀌면서 수출 여부를 완전히 일본 정부가 통제하게 됐기 때문이다. 4일 수출 규제 시행 이후 일본 정부가 세 개 품목의 대한(對韓) 수출 허가 건수는 포토 레지스트 두 건, 고순도 불화수소 한 건 등 세 건에 불과하다.

유 본부장은 "일본이 세 개 품목에 대해 한국만을 특정해 포괄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 것은 WTO의 근본원칙인 차별금지 의무, 특히 최혜국대우 의무에 위반된다"고도 꼬집었다. GATT 1조는 같은 상품을 수출할 때 WTO 회원국 간 차별을 두어선 안 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일률적이고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무역규칙을 시행하도록 한 GATT 10조 역시 우리 정부의 핵심 법리 가운데 하나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조치는 정치적인 이유로 교역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ㆍ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한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은 이번 제소 대상에서 일단 빠졌다. 일본의 자의적인 수출 제도 운용과 그로 인한 국내외 산업 피해가 가시화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수출 규제부터 우선 제소해 대일(對日) 압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또 화이트리스트는 규제 범위가 광범위한 만큼 한일 간 정면 충돌에 따른 부담도 크다.

WTO 제소 절차는 정부가 제소장 역할을 하는 양자 협의 요청 서한을 WTO 사무국과, 일본 정부 혹은 주(駐) 제네바 일본대사관에 보내면 공식 시작된다. 양자 협의 대표단은 과장급 실무진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국과의 협의에 소극적으로 나섰던 그간 태도에 비춰볼 때, 일본 정부는 이번 양자 협의 역시 형식적으로 임하거나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양자 협의에서 양국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1심 격인 패널로 분쟁 해결의 공이 넘어간다. 산업부는 패널심 결론이 나오는 데 15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세 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로 양국 기업들과 글로벌 공급사슬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정부는 금번 분쟁해결에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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