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가장 난관으로 꼽히는 국방부와의 문제도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안에 착공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착공 지연이 오히려 현대건설 등 시공사 실적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건설업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5일 국방부와 공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GBC 건립에 따른 군작전 제한 사항 해소 방안’에 대한 중간용역 결과를 보고했다.
이번 용역에는 지상 105층, 국내 최고 높이(569m)로 조성될 GBC가 향후 비행안전과 레이더 전파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용역 결과는 조건부 통과로 나왔다. 비행 안전 영향 시뮬레이션 결과에 큰 틀에서 합의하고 몇 가지 군 작전 제한 사항에 대한 추가 해소 방안 제출을 현대차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주 정도 후 다시 만나 조율할 예정인데, 이에 따라 군에서 요구한 보완 요청 사항 등을 더한 최종 용역결과가 마무리되면 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건설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GBC의 연내 착공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서울시는 이날 용역 결과에 대해 국방부가 합의하면 이달 안으로 건축허가를 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방부가 일부 사항에 대한 추가 보완을 요구하면서 이달 중 건축 허가가 힘들어졌다. 건축 허가 이후 착공을 위해 필요한 굴토·구조 심의에도 2개월 가량이 더 소요되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 안에 삽을 뜨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시공비만 약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 중 현대차그룹의 주력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1조 6000억 원, 현대엔지니어링은 8000억 원의 수주가 예상된다. 규모가 큰 만큼 착공시 향후 5년간 이들 건설사의 수익성과 안전성에 기여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분양가 상한제 확대 등 분양시장의 변수가 커지는 상황에서 올해 주택 분양 실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소 내년까지는 주택부문에서 안정적인 매출 성장 및 이익 개선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굳이 올해 GBC가 착공되지 않아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착공은 시기의 문제라는 점에서 가정해 보면, 연내 착공에 들어 가지 못한다고 해서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며 “오히려 최근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착공은 주택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2~3년을 안정적으로 방어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GBC의 재원 조달 측면에서도 3조7000억 원에 달하는 총 사업비를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 등 주력사가 분담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최종 건축 허가 이후 발표를 지켜봐야 겠지만 범현대가의 참여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