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마주앉은 LG화학-SK이노 CEO…배터리 소송 매듭 풀까

입력 2019-09-1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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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중재로 자리 마련…추가 회동 일정은 없으나 대화 가능성 높아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오른쪽)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오른쪽)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6일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과 관련해 처음으로 마주앉았다.

소송이 시작된지 5개월 만에 마련된 자리에서 양사 최고경영자(CEO)는 각사의 입장을 밝혔을 뿐,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격화되던 양사의 갈등이 다소 수그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신 부회장과 김 사장은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배터리 소송에 대한 각사 입장을 밝혔다.

이번 만남이 성사되기까지 산업통상자원부가 양사를 조율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배터리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핵심 인력을 의도적으로 채용해 영업 비밀을 빼내갔다며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 역시 이달 초 특허 침해를 이유로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내 자회사인 LG화학 미시간을 ITC와 연방법원에, LG전자는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이번 회동에서 양사 CEO는 소송에 대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부회장은 이번 소송이 SK이노베이션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자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기존 견해를 재차 반복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LG화학의 소송에 대해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생태계 전체의 발전을 위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기존 입장과 함께 LG화학의 특허 침해 문제를 제기하며 관련한 설명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기존 입장만 확인한 것 같다”면서도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양사 CEO의 회동이 처음인 만큼 극적인 화해는 예상대로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이 대화의 조건을 ‘SK이노베이션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걸었고, SK이노베이션은 ‘소송으로 증명하겠다’는 입장차가 있었던 만큼 단 한 차례의 만남으로 문제의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아직 두 번째 회동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산업부가 중재에 나선 만큼 향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CEO간 만남은 추가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유럽의 배터리 산업 진출, 해외 배터리 업체간 합종연횡 등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양사가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되는 소송 대신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양사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회동에서 양사 모두 원하는 결론을 도출하진 못했지만 대화의 물꼬를 튼 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점도 향후 추가적인 회동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LG화학은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이번 회동을 평가했고, SK이노베이션 역시 “지금까지 소송에 성실하게 대응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이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속도감 있게 이번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오너 회사인 만큼 전권이 있는 총수간 만남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대화의 물꼬는 텄으나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을 보면 녹록지 않은 상황인 만큼 속도감 있게 이번 갈등을 매듭짓기 위해선 전권을 가지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간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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