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 만한 인간/ 박정민 지음/ 상상출판 펴냄/ 1만4200원
저자의 글은 솔직하다. 가볍게는 한 달째 일이 없어 쉬고 있는 상황에서부터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까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다. '찌질이류 갑(甲)'인 '나도 사는데 당신들도 살아'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자기비하에 가까운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저자는 글이 끝날 때마다 '당신은 정말 중요한 사람이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처럼 자신을 위한 응원도 남긴다. 자신을 위한 문구였지만, 많은 이가 그의 글에 위로를 받았다. 잘하고 있다고, 잘 될 거라고 다독이며 가만히 위로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 탓이다.
"목이 마를 때 물을 생각하듯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그때를 기다려. 충실히, 성실히, 절실히. 길게."
배우라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그의 글이 유쾌하면서도 공감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이 많은 공간에선 숨조차 제대로 못 쉬는 인간이 어떻게 연기를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래서 연기를 한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해방구를 찾아, 조급하지 않게 뚜벅뚜벅 걸어가자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꽤 쓸 만한 인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