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원포인트’ 인사…구광모發 LG 연말인사 주목

입력 2019-09-17 09:12 수정 2019-09-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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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인사 키워드 ‘수시·수익성·근본 경쟁력’

LG디스플레이발(發) 깜짝 인사로 LG그룹의 연말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취임 2년 차를 맞은 구광모 LG 회장의 파격적인 인사 스타일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구 회장이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강조한 ‘근본적 경쟁력 확보’와 ‘수익성 개선 지속’이 연말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현 대표 이사인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16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를 수용하고 정호영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깜짝 인사 역시 구 회장의 인사 색깔이 묻어났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수시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작년 7월 LG유플러스에 있던 권 부회장을 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앉힌 데 이어 작년 11월에는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

LG 계열사들의 인사는 그룹의 인사 시기인 기존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이뤄지지만, 권 부회장과 신 부회장 인사 모두 정기 인사보다 수개월 앞당겨 단행됐다. 이번 LG디스플레이의 수장 교체도 연말 인사보다 대폭 앞당겨 이뤄졌다.

평소 구 회장은 형식과 절차를 벗고 실용주의를 앞세우는 경영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다. 회장 취임 이후 별도의 취임식 없이 조용히 출근했으며, 복장 자율화를 전면 실시했다. 또 실용과 개방을 몸소 실천하며 경영진에 자신을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고 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인사 역시 필요한 때 적절한 시기에 단행하며 실용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CEO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고, 발 빠른 사업 의사결정을 위해 정기 인사보다 수시 인사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해외 기업의 경우 정기채용이나 정기인사보다는 수시채용, 수시인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수익성 지속 개선’과 ‘근본적 경쟁력 확보’는 올 연말 LG 인사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처음 맞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주력사업은 근본적 경쟁력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신사업은 적극 발굴하고 육성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업가치를 높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신임 사장은 2008년부터 6년 동안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재직한 재무통으로 꼽힌다. 정 사장은 LG전자 영국 법인장을 거쳐 주요 계열사에서 CFO 및 COO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작년부터 구 회장과 함께 LG를 이끄는 권영수 부회장도 그룹 내 재무통이다.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권 부회장은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등 LG의 주요 직책을 경험했다. 그룹 주력사업인 전자ㆍ화학ㆍ통신을 두루 거쳤다.

올 3월 주총에서는 LG화학 재무관리담당 상무와 LG 재경임원 전무를 거친 하범종 LG 재경팀장이 LG 이사로 신규선임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LG하우시스에는 LG화학 금융, 경리담당 출신의 강인식 CFO가 사내이사에 올랐다. LG디스플레이는 서동희 CFO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근본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상징적인 사례가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이다. 신 부회장은 신 부회장은 화학 전공이 아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출신이다. 최근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신소재,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 첨단 소재·부품과 바이오 분야로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LG화학이 CEO 역시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인물로 교체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LG화학에서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 인재 수혈은 처음이다.

LG가 새롭게 밀고 있는 전장사업 분야도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에 문을 열었다. LG는 지난해 한국타이어 연구개발 본부장인 김형남 부사장을 자동차부품 팀장으로, 은석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상무를 VS(전장부품)사업본부 전무로 영입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관심을 모았던 권영수, 한상범, 차석용, 조성진, 하현회 부회장 5인은 모두 유임됐었다. 지주사를 강화한다는 분명한 시그널을 줬기 때문에 굳이 계열사 부회장을 교체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한상범 부회장이 용퇴함에 따라 향후 부회장 체제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1년 차에 대대적인 인사 변화는 부담이 되었겠지만, 취임 3년 차를 앞두고는 좀 더 대담한 변화의 시도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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