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FOMC 성명 앞두고 ‘중동’ 변수...금리인하 가능성 후퇴

입력 2019-09-17 11:01 수정 2019-09-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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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 사태’가 미국 중앙은행의 금융정책 결정에 큰 변수로 부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에 대한 드론 공격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확률이 크게 후퇴했다.

16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63.5%로 지난 주말에 비해 15%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36.5%로 지난 주말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유가가 폭등하자 유가 강세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려 연준이 금융정책 변경을 보류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CME는 금리 선물 가격을 기준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기준금리 전망을 산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유 시설이 공격받을 위험을 의식해 가격이 형성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유가가 계속되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 그동안 연준은 금융 완화의 이유 중 하나로 낮은 인플레이션을 들었다.

무엇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강연 등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주시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14일 사우디아람코의 원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기 전과 사뭇 달라진 것이다. 원유시설 공격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기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심지어 0.50%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부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2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양적 완화를 재개하는 초강수를 뒀다. ECB는 역내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에금금리를 인하하고 순자산 매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에 시중은행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적용되는 예금금리는 -0.4%에서 -0.5%로 낮췄다. ECB가 금리를 내린 건 2016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소비자·기업 신뢰지수,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인 것과 미중 무역전쟁의 긴장 완화 조짐도 연준의 금융정책 보류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10월 초 워싱턴에서의 고위급 무역 협상에 앞서 19일부터 실무협상을 열기로 했다.

다만 연준의 금융정책 보류에 최대 걸림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폭등을 이유로 되레 대폭적인 금리 인하와 경기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의 생산자 물가는 중국 통화의 대폭적인 평가 절하와 금융 부양책 덕분에 3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며 “연준은 이것을 보지 못하는가? 연준은 게임에 참여하긴 할 건가?”라고 반문했다.그러면서 “달러는 전례없이 강하다! 수출에 정말 좋지 않다. 인플레이션도 없고, 금리는 높고. 미국은 연준 때문에 다른 경쟁국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있다. 제롬 파월과 연준이 전혀 갈피를 못잡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그들은 믿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유가가 크게 상승했다. 대폭적인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행동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제로(0) 수준이나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극단적 금융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악관의 압력이 갈수록 강해지는 가운데 파월의 행동이 트럼프에 성에 차지 않으면 경질론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은 “정치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했지만 조직 방어도 중요한 만큼 상황을 전반적으로 주시하면서 정책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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