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아베 정권 4차 개각과 한국

입력 2019-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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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제4차 개각을 단행하면서 새 각료 19명을 발표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제외한 17명이 교체됐지만 대부분 아베 총리와 같은 대한국 강경파라는 특징이 있다.

특히 주요 포스트로 흔히 말하는 외무성, 방위성, 경제산업성의 수장으로는 강경파가 일제히 기용됐다.

새로 외무상에 임명된 사람은 모테기 도시미츠(茂木敏光) 전 경제재생상이다. 모테기는 전임자인 고노 다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부분의 관측이다. 일본 외교 소식통들은 모테기 외무상에 대해 “매우 머리가 좋고 결단이 빠르다. 외상이 되면 한국 정부에 대한 강경한 자세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테기는 도쿄대학 졸업 후, 마루베니상사, 요미우리신문 등을 거쳐 1993년 중의원 선거 때 일본신당 소속으로 당선되었고 그 후 자민당으로 이적했다. 그는 경제산업상, 자민당 정조회장,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당선 9회에 달하는 베테랑 정치인이다. 올해 4월부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새로운 미일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힘겨운 협상을 주도했고 8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략적인 합의를 이끌었다. 일본 측 요구를 충분히 관철했다고 평가받은 인물이다.

1993년 일본신당 시절부터 모테기를 잘 아는 나카타 히로시 전 요코하마 시장은 “그는 머리 회전이 지극히 빠르고 기관총처럼 말이 나온다. 자기 자신의 논리를 갖고 있으며 끈질긴 교섭을 한다. 영어로도 감정이 풍부한 표현이 가능하다.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배운 경험도 있고 외교는 스스로 특기라고 생각하는 분야일 것이다. 국제파인 모테기가 총리를 목표로 하는데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외무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국 강경파라는 소문대로 모테기 외무상은 13일 장관 취임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을 명한 강제 징용자 판결 문제에 대해 “국제법 위반 상태를 한시라도 빨리 시정해야 한다는 것을 한국 측에 계속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아베 총리와 같은 입장을 내세워 한국 정부와의 대결 자세를 선명히 표했다.

고노 다로는 신임 방위상에 올랐다. 미일 교섭이나 한일 교섭 때 외교-국방 회담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개각 이전에 ‘고노-이와야(岩屋)’ 라인이었다. 그런데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은 한국에 유화적인 면이 눈에 띄는 인사였다. 초계기 갈등이 일어났을 때도 강경 대응을 명령한 것은 아베였고 이와야 방위상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이번 개각으로 아베는 외교-국방 라인을 모두 대한 강경파로 포진했다.

이번 개각으로 주목받은 새 장관으로 고이즈미 신지로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재임기간 2001~2006년)의 차남이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그동안 아베 총리와 거리를 두었고 지난해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도 아베가 아니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를 지지해 아베 총리의 미움을 산 적이 있다. 그러나 아베는 적을 아군으로 만들려는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고이즈미 신지로는 환경상으로 임명돼 후쿠시마 원전문제를 담당하게 되었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의 책무는 무겁다. 왜냐하면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처리에 대해 “바다에 방출해 희석하는 것 외에 선택사항은 없다”고 발언한 하라다 요시아키 전 환경상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고이즈미는 취임 다음 날 후쿠시마로 향해 전임자의 발언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가 흔들렸다면 온 힘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는 향후 3년 이내에 가득 찰 전망이어서 대응이 시급하지만 고이즈미는 구체적인 처분 방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개각으로 포진된 17명의 장관은 고이즈미를 제외하면 모두 강경파, 극우파이다. 특히 문부과학상으로 임명된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전 자민당 간사장대행은 아베 총리의 ‘측근 중의 측근’이다. 그는 아베를 대신해 사회과 교과서 집필자들을 만나 위안부 문제나 난징대학살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라고 강요해 온 사람이며 야스쿠니 신사에 총리를 대신해 공물을 바쳐온 사람이다. 그는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3인방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번 개각을 통해 아베 총리는 한국과의 화해가 아니라 대결을 계속할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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