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섭의 중국 경제인열전] 나라에서 가장 부자였던 중국의 마지막 환관, 장란덕

입력 2019-09-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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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 조사관

부자가 되는 유일한 길, 환관

중국의 마지막 환관, 장란덕(張德蘭)은 소덕장(小德張)으로 불리기도 한다. ‘소덕장’은 그가 훗날 궁궐에 들어가 얻은 이름이다.

장란덕의 아버지는 고기를 잡는 어부로서 집안은 너무 가난했다. 항상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아야 했다. 그런데 당시 그가 살던 톈진(天津)에는 환관 출신으로 태감의 자리에 오른 이연영(李蓮英)이라는 유명한 인물이 있었다. 어린 장란덕이 어머니에게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슬픈 얼굴로 대답했다. “가난한 집이 돈을 벌 수 있는 건 오직 황제의 시종이 되는 수밖에 없단다. 환관이 되는 거지.”

어머니는 어떻게 환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간단히 말했다. 말하는 사람은 무심코 말했으나 듣는 사람은 열심이었다. 그날 밤 장란덕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몸을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여 봐도 도무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어머니 말대로 환관이 되는 길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장란덕은 몰래 부엌으로 나왔다. 그리고 부엌칼을 들어 자기 ‘물건’을 잘랐다. 피가 낭자하였다. 어린 소년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혼절하고 말았다. 어머니가 이 모습을 보고 혼이 나갔다. 자기가 아들에게 그런 말을 해준 게 후회막급이었다. 어쨌든 서둘러 응급 처치를 해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장란덕은 6일 만에 깨어났다.

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별 수 없이 환관의 길을 걸어야 했다. 마침 이 무렵 궁중에 한 태감이 죽는 바람에 환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환관이 될 수 있는 열다섯 살이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에 3년을 기다려 정식으로 환관이 되었다.

서태후 눈에 들며 열린 성공의 길

장란덕이 처음 일하게 된 곳은 차방(茶坊)이었다. 그런데 그곳을 총관리하는 책임자 환관은 성격이 워낙 괴팍하고 툭하면 구타하였다. 하지만 그런 일보다도 정작 장란덕을 절망시킨 것은 만약 그곳에서 계속 일하게 된다면 황제나 황후, 태후는커녕 태감도 구경할 수 없고 오로지 평생 자기 상사만 쳐다봐야 하는 운명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기가 그토록 오매불망 바라마지 않던 부자가 될 가능성도 애당초 없었다. 장란덕은 궁리 끝에 상사의 말에 사사건건 일부러 어긋나게 굴어 쫓겨나는 길을 택했다.

결국 그의 의도대로 쫓겨난 뒤 경극을 하는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경극은 고된 훈련이 필요했기 때문에 모두들 기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란덕은 그곳에서 경극을 익히는 데 몰두하였다. 그러던 중 때마침 당시 실권자이던 자희(慈禧) 태후, 즉 서태후가 구경 와서 그를 칭찬하면서 상금도 내렸다. 희망을 가지게 된 그는 하루에 3시간만 자면서 모든 힘을 다해 창(唱)과 기예 그리고 무술 동작을 하나하나 배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였고, 마침내 서태후의 마음에 들게 되었다.

장란덕이라는 이름도 서태후가 지어준 것이었다. 서태후가 장란덕을 불러 몇 가지 문제를 던졌는데, 장란덕의 대답은 매우 명쾌했고 조리가 분명하였다. 이에 서태후의 신임은 더욱 두터워졌다. 마침내 그가 22세 되던 해 후궁태감회사(後宮太監回事)로 승진하였다.

당시 대총관은 고향 사람이었던 이연영이었다. 그는 이미 40년을 총관으로 일하고 있던, 장란덕이 지향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이연영을 먼발치에서 보면서 그의 말하는 법부터 걸음걸이며 조그만 동작 하나하나를 모두 배워나갔다. 다만 장란덕이 이연영과 달랐던 점은 그가 더욱 융통성 있었고 더욱 심지가 깊었다는 것이었다. 성공의 길은 이로부터 열렸다.

대총관 3년, 천하는 그의 손에

서태후가 세상을 떠난 뒤 장란덕의 기민한 지모와 결단력이 발휘되었다. 그의 도움으로 융유 태후가 실권을 쥐게 되었고, 그는 꿈에도 바라던 대총관의 자리에 올랐다. 장란덕은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지출된 서태후의 장례도 관장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손에 넣었다. 물론 서태후의 일부 재산도 그의 수중으로 넘어왔다.

융유 태후는 본래 서태후 생전에 그 위세에 완전히 눌려 늘 전전긍긍, 한마디로 무능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모든 일을 장란덕에게 의지했다. 그녀는 10만 냥을 그에게 내리고 무려 몇백 간이나 되는 으리으리한 대저택도 하사하였다. 이 저택은 ‘극락사 총관부(極樂寺 總管府)’라고 칭해졌다. 하늘을 찌를 듯한 그의 권력을 상징하였다. 이 무렵 융유 태후를 만나려면 반드시 먼저 그의 ‘윤허’가 있어야 했다. 모든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그에게 ‘통행세’로 뇌물을 바쳤다. 그는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구축하면서 심복들을 주요 요직에 앉혔다. 대총관 3년 동안 천하는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그는 나라에서 가장 큰 거부가 되었다.

신해혁명이 발발한 뒤 이미 천하의 판도는 크게 기울었다. 융유 태후가 조정 중신을 소집하여 어전회의를 열었지만 혁명군을 진압해야 한다는 주장과 퇴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서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다.

궁중생활 접고 대저택서 아내 4명과

당시 내각 총리대신 원세개(袁世凱)는 야심이 큰 인물로서 스스로 황제를 칭하고자 하였다. 원세개는 혁명군과 우호적 자세를 취하면서 동시에 청나라 조정에 압력을 가하였다. 손문(孫文)이 임시 대총통을 맡고 있을 때 원세개가 공화주의를 옹호하기만 한다면 청 황제를 퇴위시키고 원세개를 총통으로 옹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리하여 원세개는 장란덕을 접촉해 거액을 주면서 융유 태후에게 압박과 동시에 퇴위를 하면 평생 안전하고 평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권하도록 하였다.

마침내 청 조정은 원세개의 조건을 받아들였고, 1912년 2월 12일 청 황제 부의는 퇴위 조서를 전국에 반포하였다. 원세개는 또다시 장란덕에게 호화 저택을 제공하였다.

이미 궁중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장란덕도 25년에 걸친 궁중 생활을 접고 민간으로 나왔다. 톈진의 영국 조계지에 거처를 잡은 그는 네 명의 부인을 들였다. 그는 비록 환관이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인에 흥미가 많아졌다. 그는 베이징과 고향에 엄청난 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톈진에 건물 12채가 있었고, 베이징에도 호화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베이징 중심가에 10여만 냥의 자금을 들여 커다란 전당포 두 곳을 열었고, 20여만 냥을 투자하여 주단(綢緞) 가게도 냈다.

혁명 후 재산 몰수되고 노동개조 대상으로

민간으로 나왔지만, 그의 저택은 궁궐과도 같았다. 그는 물 한 잔을 마셔도 시종을 불러 물을 가져오도록 하였다. 보통 사람들은 결코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청 왕조의 황족이 사람을 시켜 자신을 암살하지 않을까 항상 걱정했던 그는 곁에 환관 출신 측근만 두었다. 남성은 일절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으며, 대문은 항상 자신이 직접 여닫았고 손수 요리를 하였다. 그렇게 대저택 깊은 곳에서 부유한 삶을 향유했지만 사실 무료한 나날이었다.

중국이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뒤 그의 전 재산은 국유재산으로 몰수되었다. 그는 노동개조 대상으로 전락한 채 기름을 팔고 과자를 튀겨 연명해야 했다. 그리고 1957년 4월 19일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한때 천하를 좌지우지하는 권세를 누리고 세상에서 가장 부유했던 그였지만, 마지막엔 빈손으로 그렇게 황망하게 이승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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