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 부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용 부회장. 여기에 한일 무역 긴장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의 앞날을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CNN은 17일(현지시간) 경기도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연구·개발(R&D) 기지를 직접 찾아 실험과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비밀 연구소의 면면을 처음으로 해외에 공개했다. 삼성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이외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3년 간 약 220억 달러(약 26조 원)를 쏟아붓기로 했는데, 그 대부분이 이 디지털시티의 비밀 연구개발 실험실에 투입된다고 CNN은 전했다.
CNN이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디지털 콕핏’ 연구소다. 디지털 콕핏은 자동차용 음성 AI와 가전의 ‘스마트 싱크’가 어우러져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해 열린 세계 가전박람회(CES)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실험실이 언론에 노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이날 그 사이 업그레이드한 ‘디지털 콕핏 2.0’ 버전을 보여줬다.
CNN은 디지털 콕핏이 적용된 ‘마세라티 르반떼’ 주행 모습을 최초로 소개했다. 해당 차량은 CNN 간판 앵커 중 한 명인 크리스티 루 스타우트가 직접 운전했다. 시운전 후 그는 “증강현실을 이용해 주변에 대한 인지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센터페시아와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것이 특징으로 2020년 초 출시 예정이다.
지난해 발표된 디지털 콕핏은 운전석과 조수석 디스플레이를 2개의 OLED와 1개의 QLED로 구성했고, 개인이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다이얼은 스마트 워치의 경험치를 반영한 3개의 노브(Knob)로 이뤄졌다. 디지털 콕핏 2.0 버전은 뒷좌석 승객도 인포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게 했다.
CNN은 삼성전자종합기술원(SAIT)도 소개했다. 이곳에서 CNN 기자들은 삼성이 공들여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로보레이’와 GEMS(Gait Enhancing Motivation System)라는 제품을 체험했다. GEMS는 착용자가 힘과 균형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보행 보조 장치로, 힘겨운 작업을 하는 근로자와 장애인 및 노인을 돕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무게가 2kg으로 가볍고, 착용하는데도 약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모바일헬스케어연구소도 공개됐다. 이곳에서는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을 위한 심박수 측정기, 카메라, 미니 프린터를 개발한다. 소방관들로부터 조언을 얻어 개발한 카메라는 사용하기 쉽고 물, 먼지, 고열에도 견딜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CNN은 디지털 시티의 가장 큰 혁신은 아마도 ‘C-Lab’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모든 직원이 직책이나 경력에 관계없이 시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까지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프로토 타입 작업을 진행한다. 6년 전 문을 열었는데 25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개발됐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C-Lab은 삼성전자의 최첨단을 대표한다”며 “이 부문은 삼성 내에서 스타트업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문화를 다르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IDC의 브라이언 마 아시아태평양 지역 클라이언트 디바이스 연구 부문 부사장은 “삼성은 공격적이며, 때로는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면서도 “그게 첨단 기술을 선도 하는 비결”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