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텀블러 빌려가세요" 일회용품 제로 까페, '보틀팩토리'

입력 2019-09-18 18:07 수정 2019-09-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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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팩토리는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해 있다. (김정웅 기자 cogito@)
▲보틀팩토리는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해 있다. (김정웅 기자 cogito@)

요즘 많은 카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추세다.

물론, 한계는 있다. 음료를 한 잔 사서 매장 안에서 먹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일단 기본적으로 물건을 계산하면 영수증이 나온다. 영수증을 내가 안 받고 점원이 버린다 해도 쓰레기가 배출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빨대를 쓰면 종이 빨대를 쓰더라도 결국 그게 친환경적인 쓰레기라는 사실 역시 변하지 않는다. 빨대를 감싸고 있던 종이 혹은 비닐 재질의 포장재도 쓰레기다. 테이크아웃을 하게 되면 일회용 컵, 컵 뚜껑, 컵 홀더까지 모두 쓰레기다. 아무리 쓰레기를 줄이려 해도 한계가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일회용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카페가 있다.

▲일회용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보틀팩토리' (김정웅 기자 cogito@)
▲일회용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보틀팩토리' (김정웅 기자 cogito@)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표방하는 ‘보틀팩토리’는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다.

카페 그 자체로서의 분위기만 보자면 제법 좋은 편이다. 비좁지 않게 구성된 널찍한 자리배치에 음료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괜찮다. 애초에 인근 동네 분위기부터가 조용한 만큼, 카페 분위기 역시 자연스럽게 차분하다.

앞서 말했듯 영수증도 어쨌든 쓰레기다. 이곳에서는 음료를 사도 영수증을 건네주지 않는다. 대부분이 받은 영수증을 한 번 보고 버리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가게도, 손님도, 환경에도 좋은 1석 3조다. 영수증이 필요한 경우라면 영수증을 요청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경우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컵에 음료가 나온다. 당연히 일회용 빨대는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여기까진 많은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책이다. 일회용품 '제로'의 가장 큰 걸림돌은 테이크아웃이다.

▲보틀팩토리에서 대여해주기 위해 비치된 텀블러들. (김정웅 기자 cogito@)
▲보틀팩토리에서 대여해주기 위해 비치된 텀블러들. (김정웅 기자 cogito@)

이 매장은 테이크아웃까지 일회용품 배출을 막기 위해 대담한 시도를 했다. 바로 텀블러를 빌려주는 것.

별 대단치 않은 발상이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굳이 ‘대담'하다고 표현한 것은 일반적인 대여 과정에서 요구하는 보증금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매장에 비치된 텀블러를 빌려 갈 수 있다.

반납할 때는 가게 바깥에 놓인 반납함에 넣으면 된다. 텀블러를 10번 대여 후 반납하면 음료 한 잔을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물론 개인 텀블러를 써도 된다. 이 경우 500원의 음료 할인까지 따라온다.

▲카페 내에서 여러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정웅 기자 cogito@)
▲카페 내에서 여러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정웅 기자 cogito@)

매장 곳곳에는 비닐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보자기, 천연 소재로 만든 삼베 수세미, 스테인리스 빨대와 유리 빨대, 쌀 빨대와 같은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한쪽 벽면의 책장을 보니 환경과 관련된 도서들도 빼곡히 비치되어 있다. 말 그대로 친환경 카페다.

총평을 해보자면, 사실 불편한 카페다. 빨대라는 것이 음료를 편하게 마시라고 만든 물건인 만큼, 빨대가 없으면 상대적으로 불편하다. 테이크아웃은 말할 것도 없다. 굳이 씻어 직접 반납까지 하는 매장 텀블러보다 일회용 컵이 훨씬 편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게 있다. 그간 우리는 작은 편리함을 위해 환경의 막대한 희생을 강요해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을 쓰고 버리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았다. 이로 인해 날마다 배출되던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카페 내 일회용품 사용금지가 명문화된 지금, 유리잔을 써서 느끼는 작은 불편함은 익숙해져야 할 불편함이기도 하다.

사실 기자는 보틀팩토리의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았다. 텀블러를 대여하고 반납하기엔 집에서 너무 먼 곳이기 때문이다. 기자뿐만이 아니라 이 카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이용자 대부분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이 카페의 존재 목적은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이 모두 서울 외곽에 있는 이곳에 와달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일회용품 없는 카페’가 작은 성공을 거둔다면, 제2, 제3의 ‘일회용품 없는 카페’가 등장할 수도 있다. 모두가 조금 더 불편해지지만, 조금 더 환경을 생각하자는 카페라는 데 그 존재의 의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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