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재개발·재건축 신축 단지의 ‘보류지 물량’이 주목받고 있다. 현금 동원력만 있으면 청약통장 유무와 상관없이 비교적 저렴하게 신축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는 지난 18일 입찰공고를 내고 보류지 10가구를 공개 경쟁 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입찰 마감은 오는 27일까지다.
매각 물건은 전용면적 59㎡A형 4가구, 59㎡C형 2가구, 84㎡A형 3가구, 84㎡B형 1가구 등 총 10가구다. 매각예정가는 전용 59㎡의 경우 7억9000만~8억3000만 원, 84㎡형은 9억9000만~10억1000만 원이다.
이 단지는 길음2구역을 재개발해 지난 2월 입주한 신축 아파트다. 가구 수가 2352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로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까지 도보 3분 거리인 데다가 길음뉴타운에 가장 최근 들어선 아파트라는 점 때문에 성북구 ‘대장주’로 평가받는다.
이 단지의 보류지 매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9일 보류지 물건 13가구에 대해 입찰했지만 3가구만 팔리고 나머지는 유찰됐다. 매각예정가가 당시 시세와 별반 차이가 없어 큰 호응을 얻지 못해서다.
하지만 한 달이 흘러 다시 보류지 매각에 나선 지금 상황이 많이 달려졌다. 매각예정가는 그대로지만 시세가 훌쩍 뛴 것이다. 현재 이 단지는 전용 59㎡가 8억6000만 원에서 9억 원 사이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보류지 매각예정가보다 6000만 원 안팎의 높은 가격을 형성한 것이다. 전용 84㎡ 경우는 12억 원에서 12억5000만 원까지 매물이 나와 있는 상태로, 보류지 매각예정가보다 2억 원 넘게 가격이 높다.
보류지는 사업시행자가 분양 대상자의 누락, 착오,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두는 물량을 말한다. 보류지 입찰에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최초 계약 시점에 낙찰가의 10%를 일시 납부하고 계약 1개월 뒤 낙찰가의 40%(중도금), 입주 시점에 나머지 50%(잔금)를 내야 한다. 이처럼 급하게 분양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현금 동원력이 있는 경우에만 나설 수 있는 ‘줍줍’(줍고 줍는다)인 셈이다.
그런데도 서울 내 신축 아파트가 인기가 끌면서 보류지 입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은 지난 5월 보류지 13가구 매각 입찰에서 평균 경쟁률 8대 1을 기록했다. 전용 84㎡D타입 낙찰가는 12억5777만 원으로 입찰가(10억3500만 원)보다 2억2000여만 원 높게 팔렸다. 용산구 효창동 ‘롯데캐슬 센터포레’도 보류지 2가구 입찰을 지난 7월 중순에 마무리했는데 낙찰가가 최저입찰가보다 5000만 원 높게 형성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류지 입찰 참여는 매각예정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할 경우 매각이 자유롭고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는 이점 때문에 노려볼만한 방법”이라며 “보류지 물건의 향과 층수를 잘 확인하고 목돈도 제대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