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도, ‘알라딘’으로 몰락하나...인종차별 논란에 재선 가도 빨간불

입력 2019-09-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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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총선을 한 달 가량 앞두고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10~20대 시절에 얼굴을 아랍인처럼 갈색으로 칠하고 파티에 참석하는가 하면 흑인처럼 분장한 영상까지 나와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 트뤼도 총리는 사과했지만 그동안 인종 다양성과 남녀 평등을 중시해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뿐 아니라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최대 야당인 보수당으로부터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다.

사태의 시작은 미국 타임이 18일(현지시간) 보도한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흰 가운을 입고 머리에 터번을 쓰고 얼굴을 갈색으로 칠한 젊은 트뤼도의 모습이 담겼다. 이 사진은 트뤼도가 연극, 프랑스어, 수학을 가르치던 밴쿠버의 사립학교에서 2001년에 열린 ‘아라비안 나이트’를 테마로 한 파티 때 찍은 것으로, 학교 졸업앨범에도 담겼다.

이 사진이 문제가 되는 건 북미 지역에서는 얼굴을 검정색이나 갈색으로 칠하는 행위는 인종차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트뤼도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인종차별적 행동이었다. 당시 더 잘 이해하고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알라딘 사진이 보도된 지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1990년대에 얼굴을 검게 칠하고 찍은 트뤼도의 사진 2장이 또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나는 이따금 적절하다고 하는 이상으로 의상에 매료돼 버린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문제는 트뤼도의 인종차별 논란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일 캐나다 글로벌뉴스가 1993~1994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동영상에는 얼굴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곱슬머리 가발까지 쓴 트뤼도의 모습이 있었다. 동영상 속 트뤼도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웃으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제1 야당인 보수당의 앤드류 셰어 당수는 “모든 캐나다 국민과 마찬가지로, 나는 매우 큰 충격과 실망을 느꼈다”면서 “알라딘 의상은 판단력과 품위의 완전한 결여를 드러낸 것이며, 트뤼도는 통치자답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번 파문은 내달 21일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불거져 트뤼도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뤼도는 지금까지 인종의 다양성과 남녀 평등을 중시하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보내온 만큼 이번 사건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야권은 트뤼도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보수당의 셰어 대표는 “트뤼도가 정직하다면 캐나다인들은 사과를 받아줄 수도 있지만 그는 적어도 (인종 차별 화장을) 3번이나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뤼도가 정치적 연출을 좋아했다며 과거 그의 인위적인 이미지 메이킹 사례를 들었다. “지금은 2015년이다”라는 이유로 젠더 균형 내각을 꾸린 것과 공항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마중 나온 것 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이번 사진들을 통해 캐나다 국민들은 어떤 인물이 리더인지를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AP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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