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채 잔치’에 이변…‘레버리지 론’서 자금 회수 늘어

입력 2019-09-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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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이후 레버리지 론 투자펀드서 45조 원 유출…“도산 대량으로 발생 위기”

▲미국 레버리지 론 시장 현황. 위) 레버리지 론 투자펀드 운용자산 추이(단위 억 달러). ※2009년 이후 5년간 약 106조 원 유입/2018년 가을 이후 45조 원 유출 / 아래) 세계 전체 레버리지 론 신규 대출액 추이(단위 억 달러).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미국 레버리지 론 시장 현황. 위) 레버리지 론 투자펀드 운용자산 추이(단위 억 달러). ※2009년 이후 5년간 약 106조 원 유입/2018년 가을 이후 45조 원 유출 / 아래) 세계 전체 레버리지 론 신규 대출액 추이(단위 억 달러).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그동안 저금리를 바탕으로 ‘부채 잔치’를 벌여온 미국에 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채무 리스크의 상징으로서 많은 우려를 사왔던 저신용 기업 전용 융자인 ‘레버리지 론(Leverage Loan)’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경종을 울렸다.

주로 미국에서 인기 있는 레버리지 론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이라는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으로 형태를 바꿔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 레버리지 론 시장이 흔들리면 전 세계 금융시장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레버리지 론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움직임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 7월 이후 마케팅 기업인 골든히포, 헬스클럽 운영업체인 라이프타임 등 최소 5개사의 레버리지 론 신규 대출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이 시장의 취약성이 부각됐다.

레버리지 론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더블B 등급 이하)인 기업을 그 대상으로 하며 소비재나 IT 기업 이용이 많다. 기준이 느슨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로 쓰였다. 이율도 높아서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레버리지 론 신규 대출 규모는 2017년에 6169억 달러로, 금융위기 전 최고치였던 2007년의 5318억 달러를 웃돌았다. 지난해도 그 규모는 528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신규 대출 규모가 약 9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이 났다. 레버리지 론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지난해 10월 이후 380억 달러(약 45조 원)의 자금이 순유출 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헌 최고경영자(CEO)는 “경기둔화로 기업이 부채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도산이 대량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금리 저하로 대손 위험과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레버리지 론 유통 수익률 지표는 현재 약 5.8%로, 지난해 말 대비 1%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변동 금리여서 금융완화 영향을 받고 있다.

품질 저하도 심각하다. 최근 신규 대출의 80%를 채무자의 의무조항이 느슨한 ‘코버넌트 라이트 론(Covenant Lite Loan)’이 차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노리면서 위험관리가 방만해진 영향이다. 금융위기 직후에 코버넌트 라이트 론 비중은 전체 레버리지 론에서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레버리지 론이 ‘CLO’라는 증권화 상품으로 모습을 바꿔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이 상품은 금융위기 진원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증권화 상품과 마찬가지로 ‘계층화’라는 수법을 사용한다. 많은 채권을 하나로 묶은 뒤 채권 전체에서 발생하는 원금과 이자 지불액을 받는 우선순위에 차이를 둔다. 이렇게 하면 가장 위에 있는 ‘시니어’는 트리플A 등 높은 신용등급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손실이 정도 이상으로 커지면 이런 시니어 계층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증권 규모는 약 1조7800억 달러에 달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CLO도 현재 약 60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다.

고위험의 레버리지 론에서 돈이 조용히 빠져나가는 것은 유례없는 글로벌 부채에 대한 경계심이 점차 강해지는 징후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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