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다음 대상은 소포?…미국, 만국우편연합 탈퇴 위협

입력 2019-09-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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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45년 역사 UPU 시스템 개혁 시도…실패하면 10월 17일 탈퇴 위협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워싱턴D.C./AP뉴시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워싱턴D.C./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다음 대상으로 소포가 떠오르고 있다. 폭설이나 홍수, 폭염 등 기후가 우편물이 제대로 도착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었지만 이제 무역전쟁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이번 주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해 145년 역사의 만국우편연합(UPU) 시스템 개혁을 시도한다고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나바로 국장을 필두로 한 대표단은 23~25일 열리는 UPU의 특별 총회에 참석한다. 특별 총회가 열리는 것은 145년 역사상 이번이 세 번째다. 1874년 설립된 UPU는 192개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으며 우편물 수거와 분류, 배송, 요금 등에 대해 국제 규정을 제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바로 국장은 UPU가 자국 기업을 불공평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이번에 미국은 연방우정국(USPS)이 산정한 요율을 국내에서 배달되는 해외 우편물에 적용하는 것을 UPU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미국은 10월 17일 UPU를 탈퇴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만일 실제로 탈퇴가 이뤄지면 소포가 미국을 드나드는 방법이 혼란스러워지고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관료주의 장애물이 추가된다고 블룸버그는 우려했다.

특히 미국이 UPU를 흔드는 직접적인 배경은 바로 중국에 있다. 나바로 국장은 지난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캄보디아 같은 작은 나라는 물론 중국과 같은 큰 나라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소포로 미국에 들어올 때 로스앤젤레스(LA)에서 보낸 제품이 뉴욕으로 배송하는 것보다 더 낮은 요금을 적용받고 있다”며 “우리는 우편요금을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쇼핑의 발전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소규모 소포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 배송료가 너무 저렴해 미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UPU 흔들기로 택배산업에서 새로운 혼란이 일어날 위험이 커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취임 이후 다자간 협정에 대한 미국 정부의 회의적인 인식, 그에 따른 접근법과 맥락을 같이한다. 지난 3년간 트럼프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기후 변화에 관한 파리 협약, 이란 핵협상에서 잇따라 탈퇴했으며 이는 거의 모두 중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UPU가 미국의 요청을 승인하면 알리바바그룹홀딩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고 페덱스와 UPS 등 미국 택배업체들은 혜택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제외한 191개 회원국이 상당히 강압적인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UPU 탈퇴가 일어나면 미국은 국제 배송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외 다른 모든 국가와 신속하게 양자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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