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대 최장 경기하강 우려, 정책 대전환 급하다

입력 2019-09-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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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2년 전인 2017년 9월 정점을 지나 이후 하강하고 있다는 정부의 공식 진단이 나왔다. 통계청은 20일 국가통계위원회 경제통과분과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경기 기준순환일을 잠정결정했다. 2013년 3월 저점에서 54개월간 상승을 기록한 뒤 2017년 9월 꺾이기 시작해 이달까지 24개월째 수축 국면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5개월 안에 반등하지 못하면 외환위기 전후인 1996년 3월∼1998년 8월(29개월) 이래 역대 최장기간 경기하락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경기가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결국 경기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정부의 거시 경제정책, 한국은행 금리정책 방향의 실패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수밖에 없다. 경기 하강기에는 확장정책을 펴야 한다. 하지만 이 시기 정부는 오히려 거꾸로 가는 정책들을 쏟아낸 꼴이 됐다.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워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이고, 법인세·소득세 인상으로 기업 등 경제주체들에 충격을 주었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전방위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들도 건설경기를 바닥으로 가라앉혔다. 가뜩이나 취약해진 경제에 더 부담을 키운 것이다.

한은의 금리정책도 경기흐름에 역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은은 2017년 11월 기준금리를 6년 5개월 만에 연 1.50%로 0.25%포인트 올렸다. 15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대출, 부동산 가격 급등 때문이었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고려됐다. 한은은 작년 11월에도 금리를 1.75%로 한 차례 더 인상했다. 경기하강이 깊어진 시점이다. 2017년 3.2% 성장률을 보인 우리 경제는 2018년 2.7%로 큰 폭 추락했다.

사실 2016년 2.9%에서 2017년 3%대 성장률로 올라선 것도 반도체의 초호황에 따른 착시(錯視)효과가 컸다. 이미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하방요인이 커지고, 반도체 경기까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데 한은이 돈줄을 더 조인 것이다. 경기 악화를 부채질한 요인이다.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잘해야 2.1%에 그칠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망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1%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곳도 적지 않다.

대외요인 탓이 크지만, 정부가 잘못된 상황 판단과 무리한 경제정책으로 경기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는 계속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고 있다. 24개월째 경기수축이 이제 분명히 확인된 데 이어 역대 최장기간 하강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빨리 경기의 불씨를 살려 더 이상의 경기후퇴를 막는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재정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금리인하는 단기 대책에 불과하다. 구조개혁과 규제혁파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시장중심의 성장정책으로 돌아가는 것 말고 달리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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