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체인 시어스홀딩스 등 명문 기업의 파산이 잇따르면서 미국 소매업체들이 폐쇄한 매장 수에서 개점한 점포 수를 뺀 순감소분이 2017년 이후 3년간 총 1만 개에 달했다고 2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미국에서 지난해 문을 닫은 점포 면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아마존 이펙트의 바람이 더욱 매섭게 불고 있다.
지난달 패스트패션 업체이자 재미교포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설립한 ‘포에버21’은 미국 연방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이달 중순 방문한 포에버21의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 있었고 고객들은 살 물건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포에버21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 바로 급속도로 팽창하는 아마존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MBA)인 와튼스쿨의 바버라 칸 교수는 “소비자가 더는 자신에게 (아마존과 같은) 매력을 제공해주지 않는 매장에 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코어사이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중순까지 미국에서 소매 사업자가 공표한 매장 폐쇄 건수는 8567개이고 개점은 3486곳이어서 순감소분은 5081곳에 달한다. 2017~2018년에는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매장 수가 2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까지 누적 매장 감소규모는 9772개에 달했다. 이는 미국 1,2위 유통매장인 월마트와 크로거의 총 매장 수를 넘는 규모다.
크레디트스위스 조사에서 미국 소매점포 폐쇄 면적은 지난해 1억5500만 평방피트(약 1440만 ㎡)에 달해 해당 집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대 기록은 2001년의 1억1500만 평방피트, 그 다음은 2008년의 1억200만 평방피트였다. 전자는 IT버블 붕괴, 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쳐 있지만 이번에는 뉴욕증시 강세에 경기도 좋았지만 많은 상점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1994년 설립된 아마존은 취급 상품을 초창기 서적에서 가전·생활용품 등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시스템 부문을 제외한 북미 지역 매출은 지난해 1413억 달러(약 169조 원)로, 10년간 14배 급증했다. 매출 증가분도 2016년 160억 달러, 17년 263억 달러, 18년 352억 달러로 가속하고 있다.
아마존 효과에 노출되는 업종도 확대됐다. 초기 대표적인 사례는 11년 파산한 서점업체 보더스다. 15년에는 가전 양판점 라디오쉑, 17년은 장난감 판매업체 토이저러스 문을 닫는 신세가 됐다. 최근에는 의류업체 부진이 눈에 띈다. 그동안 의류매장은 피팅이 필요하다는 점을 경쟁우위로 삼아왔지만 아마존이 유연한 반품서비스 등으로 위협하고 있다. UBS증권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체 매장은 2018~26년 약 7만5000곳이 폐쇄될 전망이며 이 중 ‘의류·액세서리’가 약 2만 개로 가장 많다.
주식시장은 아마존을 지지하고 있다. 아마존 시가총액은 2015년 말 약 3183억 달러로 월마트를 넘어섰으며 현재 약 9000억 달러로 월마트의 2.7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