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법 제28조에 의하면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정의된다. 대학의 영어단어 ‘University’는 라틴어 ‘universitas magistrorum et scholarium(교사와 학자의 공동체)’에서 나왔으며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학위를 수여하는 고등교육 및 연구기관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학교 당국에서 정해준 과목을 공부하는 교육기관이지만 대학은 자신이 해야 할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하는 교육기관이다.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이 매우 보편화되어 있으며, 높은 교육열로 인하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진학률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학은 취업 중심 전공교육과 전공 이기주의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식 전달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문제해결이나 의사소통 능력 함양이 미흡하여 대학 졸업자들이 직장이나 미래의 삶에 필요한 요구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과대학에서 ‘고분자분석’이라는 첫 전공과목을 맡아 자칫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이공계 강의에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강의에 참여하고, 지식 습득을 넘어서 지식의 활용을 다루는 지식인을 키우는 강의를 진행할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이는 예전에 틈틈이 해왔던 강의 경험에서 늘 가졌던 오랜 숙제이기도 했다.
첫 시간에 분석법 개론 강의를 진행했다. 왜 분석을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등 기본개념에 대한 강의였다. 수업 중간중간 일상생활에서 겪는 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강의에 임하는 태도는 ‘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고분자분석이란 고분자로 구성된 물질의 조성과 특성을 분석하는 방법에 대하여 탐구하는 학문으로, 분석방법론에 우선하여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인 원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주기율표는 이 원소들을 원자번호 순으로 배열하여 성질이 비슷한 원소들을 줄을 바꾸어 세로줄에 배열해 놓은 표이다. 주기율표를 이해하면 화합물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왜 물질의 특성이 이렇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분석론 강의에 앞서 물질에 대한 기본 개념에 시간을 할애하였다.
학생들이 학점을 따기 위해서 또는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하여 강의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강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과목 및 주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여 강의 내용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있는 것들임을 알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가기를 기대한다.
앨버트 메라비언 UCLA 명예교수은 그의 저서 ‘침묵의 메시지’에서 효과적 소통에 있어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93%(목소리는 38%, 보디랭귀지는 55%가 영향을 미치는 반면 말하는 내용은 겨우 7%만 작용)나 된다고 하였다. 강의 내용의 전달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비언어적 요소를 잘 활용함으로써 수업의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조벽 고려대 교수는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하며, 일을 주도할 수 있는 창의성 그리고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인성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학생은 강의내용이 아니라 교수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강의자는 교육철학이 명확해야 한다고 하였다. 지식 수준이 높은 교수의 강의가 곧 좋은 강의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교수법 습득을 포함한 강의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어야 하며 학생들과의 상호 교감을 통하여 학습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2008년 83.8%를 정점으로 점차 하락하여 2019년 70.4%로 떨어졌다. 대학 진학률의 하락은 대학 졸업자의 취업이 어려워지고, 고교 직업교육을 위한 마이스터고의 활성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로서의 역할에 함몰되지 않고 젊은 인재들이 미래의 삶을 준비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의 장, 창의적이고 종합적 사고를 갖춤과 동시에 인격을 도야하는 장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