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은행장, DLF 손실 ‘뒷수습’...직원평가제 수술대 올린다

입력 2019-09-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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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연동 등 평가 지표 변경...고객 관리 조직 신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후속 조치로 직원평가제도(KPI)와 인력 관리를 고객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손 행장은 23일 전국 영업본부장을 소집한 자리에서 “펀드 손실과 관련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계실 고객님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하며 향후 전개될 분쟁조정 절차에서 고객 보호를 위해 협조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DLF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확정되자 첫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손 행장을 대상으로 한 국회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요청과 고소·고발 등 소비자들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의 DLF 손실은 60%가 넘는 수준이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는 1차 만기(19일)때 손실률이 60.1%로 확정되고, 24일 만기가 도래하는 DLF 손실률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추가로 하락함에 따라 63%가 넘는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1억 원을 투자했다면 절반도 안 되는 4000만 원만 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손 행장은 손실률이 결정된 만큼 향후 대응책 마련 등 뒷수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먼저 평가제도(KPI)를 손본다. 기존 ‘상품 단위 중심’의 평가제도가 위험이 상당한 투자상품을 팔도록 유도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고객 서비스 만족도, 수익률 개선도 등 비계량적인 지표로 변경한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월별, 분기별, 반기별로 성과를 측정하고 상품 판매 건수나 증가율을 KPI 기준으로 삼다 보니 특정상품 판매가 몰릴 수 있었다”며 “연 단위 혹은 2년 단위 등 장기적으로 기준을 선정하고 고객 수나 수익률과 연동하는 KPI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날의 검’인 수익률은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하고 자체 점검을 통해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객 케어에 집중하는 ‘조직’을 신설한다. 신규 조직은 고객의 투자상품을 모니터링해 수익률이 위험 구간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알려주거나, 전문가를 동원해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여신에서 부실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2~3중의 방어 체계를 비롯해 다중의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투자상품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높아짐에 따라 고객 투자역량 제고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외부 자산관리 전문가의 강의를 제공하고,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손 행장은 “신뢰라는 것은 거울의 유리와 같아 한번 금이 가면 회복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며 “이번 일을 교훈으로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문화를 혁신하여 신뢰받는 금융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현장 검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여부를 꼼꼼히 조사 중으로 철수 시기는 정해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음 달 초 DLF 합동검사 중간 발표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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