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지난주 워싱턴D.C.를 방문한 중국 무역협상 실무진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농가 방문을 전격적으로 취소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CNBC방송이 보도했다.
중국 협상단은 19~20일 워싱턴에서 논의를 마치고 나서 선의를 보이려는 차원에서 몬태나주와 네브래스카주 등 미국 주요 농업지역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 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하고 예정보다 이른 20일 귀국했다. 이 소식에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대선 전까지 중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는 부분적 합의가 아니라 완전한 협상 타결을 원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중국 실무진의 농가 방문 취소가 사실은 미국 무역협상 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반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기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중국 대표단의 농가 방문 취소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자 동석했던 스티븐 므누신 장관에게 답변을 넘겼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 대표단의 방문 연기는 순전히 우리의 요청에 따라 일어난 것”이라며 “우리는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우리 농산물을 사기 시작했으며 다른 시기로 일정을 변경할 것이다. 타이밍은 중요치 않다”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우리가 그렇게 요청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므누신은 “무역 이슈를 놓고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알겠다. 우리는 그들이 농산물을 사기를 원한다”고 말을 마쳤다.
트럼프의 반문은 농담 이상으로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CNBC는 풀이했다. 세계 시장에 우려를 자아냈던 지난주 소동이 단순히 트럼프 정부 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노출된 것이다.
내년 재임을 노리는 트럼프 입장에서 중국 대표단의 미국 농가 방문은 자신을 선전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정부 내에서 뒤통수를 친 셈이다. 앞서 소니 퍼듀 미국 농업장관은 19일 “중국 대표단의 농가 방문은 새로운 농산물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희망을 표시했다.
더 나아가 CNBC는 트럼프 대통령과 므누신 장관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화웨이테크놀로지 제재와 대중국 무역협상을 연계시키는 문제, 이란과의 협상 조건 설정 등 여러 이슈에서 대립한 역사가 있다고 꼬집었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또 다른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유엔총회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이 일주일 뒤에 열린다”고 말했으나 이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2주 뒤(10월 7일 시작하는 주)에 개최할 것”이라고 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