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미국 대중 관세 부과, 한국 성장률 0.5%p 낮춰”

“한은, 올해 기준금리 0.25%p 추가 인하 전망”

▲2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피치 미디어브리핑에서 제레미 주크(왼쪽)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담당 연구원과 최병두 이사가 발언하고 있다.(이주혜기자(winjh@))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 경제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긴장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의 대중 관세에 정책적 대응이 없을 경우 성장률이 0.5%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2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피치 미디어 브리핑에서 제레미 주크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담당 연구원은 한국 경제와 관련해 고려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미중 무역 분쟁 상황과 한일 무역 긴장을 꼽았다.

그는 “현 수준보다 미중이나 한일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된다면 등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외적 리스크가 수출뿐 아니라 국내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피치는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없다면 한국의 성장률이 0.5%포인트 정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피치가 국가등급을 부여한 20여 개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미중 무역분쟁 심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다.

한일 양국이 ‘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상대국을 배제한 상황에 대해서는 공급망을 교란하고 기업의 불확실성을 초래해 성장에 대한 추가 역풍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크 연구원은 “일본 경제보다 한국 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클 수 있다”면서 “가치공급망에서의 한국의 위치와 여러 소재의 일본 의존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P도 한일 무역갈등은 한국에 더 불리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는 “한국 기업의 대체수입처 확보 여부, 분쟁 기간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의 정도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치는 한국 정부의 재정 및 촉진 정책이 무역분쟁 심화 및 일본과의 무역갈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일부 상쇄하고 하방리스크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단기적인 도전요인을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 및 대외 완충장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0%로 전망했으며 내년 경제성장률은 2.3%로 2.6%에서 0.3%포인트 낮췄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피치는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미국 금리인하를 포함해 글로벌 금융환경이 완화되고 있어 한국은행이 자본흐름 및 환율에 불필요한 영향을 가하지 않으면서 보다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도입할 여지가 생겼다. 그러나 높은 가계수준이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올해 인플레이션은 0.6% 수준으로 예상했다. 주크 연구원은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가 등급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그는 “한국의 신용등급은 국가신용등급 방법론에 따른 등급에서 1노치 하향돼 있다”면서 “불가역적인 구조적 긴장완화가 생긴다면 등급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국가등급 상향 요인으로 ▲북한과의 구조적 긴장 완화 ▲한국의 잠재성장률(2.5%)의 중기적 개선 ▲세계은행 거버넌스 점수 등 관련 이슈 개선 등을 꼽았다. 등급 하향 요인으로는 ▲북한과의 긴장 고조 ▲잠재성장률의 현저한 하락 ▲정부부채 관련 요인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