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19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중 청약자가 1만 명을 넘어선 단지는 성북구 롯데캐슬 클라시아(1만2241명)을 비롯해 △동대문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1만975명)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1만8134명) △송파구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2만3565명) 등 단 4곳이다. 이들 단지는 모두 대형건설사 브랜드를 달고 있다.
같은 지역 내 분양도 브랜드에 따라 청약자 수나 1순위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대림산업이 올해 1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는 1순위 청약에서 823가구 모집에 8307명이 몰려 33.3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4월에 나온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는 1152가구를 모집했지만 청약자 수가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의 절반 수준인 4857명으로 평균 4.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일반적으로 도심에서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 브랜드에서 청약자들의 선택이 갈린다”며 “수요자들이 대형건설사의 차별화된 설계나 브랜드 가치 등을 높아 평가하면서 브랜드 아파트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나타난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분양한 전국 재개발·재건축 신규 아파트는 총 25개 단지, 2만6302가구다. 여기에 몰린 청약자 수는 12만8286명이다. 이 중 올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가 시공한 브랜드 아파트는 전체의 3분의 1 수준인 9개 단지(1만4767가구)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몰린 청약자 수는 전체의 67.4%(8만6521명)를 차지한다. 특히 10대 건설사가 분양한 9개 단지는 모두 1순위에서 모집 가구수를 채운 반면, 중견건설사가 내놓은 나머지 16개 단지 중 3개 단지는 1순위에서 모집 가구를 채우지 못했다.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신규 분양에 나서기 전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중견건설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진다. 서울 성동구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4월 수주전에 참여한 중견건설사 대신 대림산업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시공사 입찰 공고문에 컨소시엄 불가 항목을 넣는 이유 중 하나가 아파트 단지명에 건설사나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라며 “집값 등 미래가치를 감안해 브랜드를 노출하려는 조합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대사동1구역 재개발 사업에서도 GS건설이 중견사를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 대형사와 중견사가 나란히 시공권을 놓고 맞붙을 경우 높은 공사비에도 불구하고 향후 집값 등 미래가치를 감안해 조합원들이 대형건설사에 표를 던진다는 설명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입찰에서 대형건설사들은 비교적 높은 공사비에도 브랜드 인지도에서 앞서며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브랜드 프리미엄이 아파트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정비사업 단지의 브랜드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