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브로커의 덫] 4명 중 1명 ‘회생 실패’...채권추심 ‘악몽’ 되풀이

입력 2019-09-26 05:00 수정 2019-09-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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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상환능력 안중에 없어...회생절차 중도폐지 속출

하이에나 무리가 서울 서초동 법원 골목을 배회한다. ‘회생 브로커’라는 이름의 하이에나 무리다. 이들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신용불량자’를 찾아 어슬렁거린다. 당장 돈이 궁한 변호사·법무사는 브로커와 한배를 탄 지 오래다. 수사기관도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단속 말고는 별다른 수가 없는 상황이다. ‘빚의 늪’에 빠진 신불자들은 서초동 하이에나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개인회생 절차가 중도에 폐지된 사례가 4건 중 1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회생 브로커들이 의뢰인의 상황을 엄밀히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건을 수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이다. 회생 업계에서는 불법 브로커의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6일 금융권과 회생·파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법원이 개인회생을 인가한 이후 면책에 이른 건수는 총 5만7653건이다. 같은 기간 면책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회생절차가 폐지된 경우는 2만12건이었다. 채무자 4명이 개인회생을 졸업할 동안 1명은 끝내 빚을 갚지 못해 회생절차를 더는 진행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들은 원상태로 돌아가 또다시 채권자들의 추심에 시달려야 한다. 최악의 경우 수임료마저 환불받지 못한다.

채무자가 사무소를 통해 회생 신청을 하면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법원은 채무자의 재무 상태, 경제활동 능력, 성실 상환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월 상환액과 회생 기간 등을 정한다. 채무자가 진 빚 중 실질적으로 갚을 수 있는 부분이 얼마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월 상환액은 보통 소득 중 채무자의 상황에 맞는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값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월급 150만 원 받는 사람의 최저생계비 기준이 100만 원이라면, 이 사람은 매달 50만 원씩을 채권자에게 갚아야 하는 식이다. 상환 기간은 빚 규모에 따라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 사이에서 정해진다. 정해진 기간에 상환을 마치면 채무자는 빚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단, 3번 이상 상환하지 못할 경우 회생절차는 자동으로 폐지된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회생절차 폐지의 비중이 높은 것이 돈 벌기에 혈안이 된 브로커들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건을 빨리 처리할수록 수익이 늘기 때문에, 법원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변제액을 제시하더라도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한 도산전문 변호사는 “법원은 보통 채권자 편이기 때문에 변호사는 변제액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다툴 필요가 있다”면서도 “브로커들처럼 다투는 방법도 모르고, 그럴 여유도 없어 법원이 시키는 대로 그냥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저생계비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위 50%로 정하라고 법원이 통보한 적이 있는데, 의뢰자의 어려움을 강조한 끝에 60%까지 높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의뢰인은 5년간 변제액을 3000만 원 가까이 탕감받을 수 있었고, 결국 면책받았다고 했다.

중도 폐지가 많은 만큼, 재회생에 들어가는 채무자도 여럿이다. 최근 회생절차가 폐지된 한 신용불량자는 “처음 회생절차를 신청할 당시 월 변제액이 100만 원으로 책정됐는데, 알고보니 80만 원 정도까지 낮출 수 있었다”며 “늘 자금이 부족해 결국 몇 번 상환을 못 하자 절차가 자동으로 폐지됐다. 다른 사무소를 통해 재신청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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