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검출’ 라니티딘 복용 환자 144만…발사르탄 사태 8배

입력 2019-09-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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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브리핑에서 공개된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식약처는 국내 유통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269개 품목에서 발암추정 물질이 검출돼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브리핑에서 공개된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식약처는 국내 유통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269개 품목에서 발암추정 물질이 검출돼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위궤양과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로 쓰이는 라니티딘 성분에서 발암추정 물질이 검출되면서 해당 성분 의약품이 판매중지·회수된다. 무려 144만여 명이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때보다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수거·검사한 결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26일 밝혔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정한 물질(2A)이다.

식약처는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7종과 이를 사용한 완제의약품 269품목 전체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고 처방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74품목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며, 95품목은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GSK의 ‘잔탁’과 일동제약의 ‘큐란’, 대웅제약의 ‘알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기준 2700억 원어치를 생산·수입했으며, 이중 전문의약품이 약 90%를 차지한다.

현재 라니티딘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 수는 전일 기준 총 144만3064명으로 집계됐다. 발사르탄 사태 당시 복용 환자 수가 약 18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8배가 넘는다. 이들 환자가 상담과 재처방을 권고받으면서 병·의원과 약국에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식약처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라니티딘 의약품을 단기 복용한 경우 인체 위해 우려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장기간 복용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가 필요하다. 현재 라니티딘 의약품의 NDMA를 먼저 발견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도 복용 환자를 대상으로 인체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어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는 불과 열흘 전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1차 조사 결과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발사르탄 사태의 과오를 되풀이하면서 식약처의 위기관리 능력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성명문을 통해 “외국의 발표를 확인하는 것 외에 우리나라 식약처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자료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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