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현아 의원 "文정부 부동산 정책, 집없는 서민에 ‘F학점’"

입력 2019-09-27 05:40 수정 2019-09-2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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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이 추진했던 '전세보증보험 보증가입 의무화' 법안이 3년째 국회에 묶여 있는 것에 대해 "제도가 시행됐다면 최근 세입자들이 겪고 있는 피해가 많이 줄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이 추진했던 '전세보증보험 보증가입 의무화' 법안이 3년째 국회에 묶여 있는 것에 대해 "제도가 시행됐다면 최근 세입자들이 겪고 있는 피해가 많이 줄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는다고 모든 대책을 쏟아부었지만 강남은 물론 서울 집값은 더 견고해지고,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현금부자들의 (투자)판이 돼버렸다. 정부가 부동산 정치를 넘어 부동산 망치질을 하고 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퇴행적인 동시에 정책이 아닌 ‘부동산 정치’를 하는 포퓰리즘”이라며 날카롭게 비판했다.

“실망스럽다”는 말로 평가를 시작한 김 의원은 “모든 대책이 노무현 정부의 재탕·삼탕인데, 시대가 변했는데도 부동산 정책은 과거에 머물러 있고 심지어 어떤 정책은 더 퇴행적”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퇴행적인 포퓰리즘 정책”

최근 보이고 있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김 의원은 ‘비정상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 가진 학습효과에서 발생한 것으로 당시 부동산 정책의 성공과 실패 경험이 뇌리에 남아 ‘공급이 없을 것’이라는 학습효과가 서울 집값 신화를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겉으로 볼 때 현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불신하는 것 같지만, 내면을 더 들여다 보면 부동산시장을 정말 모르는 것 같다”며 “규제로 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시장경제에 대한 몰이해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강자(부자)들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만 약자(서민)들은 그렇지 못해 더 많은 피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가 쏟아낸 정책들이 무주택자나 취약계층을 위한 ‘사이다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들 손에 쥐어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에 이미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A학점’이지만, 서울에 집을 사거나 서울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낙제점’이라고 김 의원은 평가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과시용 정책…갭투자 대책은 전혀 없어”

논란이 일고 있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강하게 꼬집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13대책을 내놓은지 11개월만에 집값이 다시 꿈틀대자 지난 8월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전방위적인 대책을 쏟아부었는데도 집값이 또다시 움직이자 이를 누를 또 다른 카드를 갖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과시용’ 정책이었다고 정의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굳이 새 칼을 휘두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과시용으로 휘두른 칼에 정교하거나 세심함은 없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 의원이 판단한 분양가 상한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급적용’이다. 그는 “적용 대상을 관리처분인가에서 입주자모집공고 시점으로 바꿔 교묘하게 소급적용을 하는데 이주까지 해놓고 부담금이 바뀌는 등 대혼란이 일어나 피해가 확대됐다”며 “법 시행은 유예기간이 있어야 하는데 소급적용은 이를 배제한다는 면에서 매우 나쁜 선례”라고 잘라 말했다. 소급적용 조건을 강행한 후의 후폭풍은 분양가 상한제의 적법성과 명분까지 훼손시킬 수 있어 정치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함께 묶어 “선(善)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미숙하고 부작용이 많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피해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갭투자 피해 문제가 심각한데도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며 사회에 정착하는 젊은층인 20~30대가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였는데 그런 피해자들에게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이 왜 필요하겠는가“라고 토로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6년 ‘전세보증보험 보증가입 의무화’ 법안을 내놨다. 하지만 반짝 주목을 받은 후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3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은 ”만약 논의가 활발해져 실제로 의무화가 됐다면 지금 세입자들의 피해가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 공급 누르고 외곽에 공급폭탄…시대흐름·시장수요 읽어야

3기 신도시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과거 노태우 정부 시절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가 공급된 후 30%넘게 폭등했던 서울 아파트값은 4% 넘게 하락하며 진정됐지만, 3기 신도시 공급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김 의원은 “노태우 정부 시절만 해도 경제와 인구가 팽창하던 시기여서 총략적 수요가 많아 어디에든 집을 지으면 분산효과가 있었고, 당시 30~40대가 된 베이비부머들이 새 집이나 넓은 집으로 주택을 교체하던 때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인구가 줄고 있는데다 30~40대는 집을 살 여력이 안되고, 편의성이나 쾌적성 등 주거환경에 대한 중요도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시대가 바뀐데다 과거와 달리 국지적인 수급 분균형이 나타나는데도 수요가 몰리는 서울은 공급을 누르고 엉뚱한 곳에 공급 폭탄을 터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규제가 냉탕·온탕을 반복하면서 예측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변동폭이 더 커지는 것“이라며 ”예측 가능성을 주고,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가진 문제를 보완해 조금씩 지속적으로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앞으로 집은 양적 공급도 중요하지만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품질과 콘셉트, 원하는 가격에 맞춘 질적 공급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맥과도 같은 교통으로 수요를 분산하고, 허파와 같은 교육기관과 공원 등을 조성해 도시를 하나의 생명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20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에 끼어있는 30~40대의 현실에 대한 고민도 많다고 털어놨다. 베이비부머는 과거 경기 호황을 겪으며 집을 살 기회가 많았고, 자산 형성이 쉬었던 세대다. 20대는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면서 집에 대한 개념이 달라져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등 노마드족으로 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30-40대는 다르다. 직장과 가정을 갖고 경제활동에 충실하며 자산 형성 효과를 봐야하는 세대이지만 현실 속 30~40대는 돌파구가 없다. 김 의원은 ”30-40대 입장에서는 집값이 한없이 비싸지면서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꿈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모두 가져가 30~40대로 이어지는 동아줄을 잘라버리고 있다고 김 의원은 우려했다. 김 의원은 ”주택시장에서 집을 사는 일을 제약할 것이 아니라 젊은층이 주거 편익을 누리고 자산 가치를 형성해 노후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오히려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정치 생활 이전에 오랜 시간 부동산 분야 연구원이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오다 2016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비례대표가 돼 정치에 발을 들였다. 김 의원은 “연구원과 국회의원의 삶은 분명히 다르지만 나와 가족이 아닌 사회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다”며 “3년간 정치를 하면서 멀리 보고 나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모든 발언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국회의원의 매력 중 하나로 꼽았다. “내가 과거에 추진했던 법안이 지금 회자되듯, 나의 발언이나 추진했던 법안들이 30년 후, 50년 후 누군가에겐 영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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