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외교주의’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별세...30일 국장

입력 2019-09-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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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부터 12년 동안 프랑스를 이끈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8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큰 체구에 사교적인 미소, 서민적인 말투가 인상적이었던 시라크 전 대통령은 독자적인 외교를 지향하는 ‘드골주의자’로서 때로는 국제사회에서 ‘답답한’ 존재였던 한편, 냉전이 끝난 후에는 프랑스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1932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시라크 전 대통령은 국민의회 의원 등을 거쳐 41세의 젊은 나이로 총리에 취임, 1995 년 세 번째로 도전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다. 2기 12년 간의 재임 중 2003년 미국 주도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에서는 독일과 함께 개전에 반대하는 등 프랑스의 독자성을 중시하는 외교를 펼쳤다. 최측근인 알랭 쥐페를 총리로 앉히고 빈부 격차 확대와 이민 문제 해결 등 사회의 분단을 시정하는 한편 실업률 인하 등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

그러나 사회 보장 등의 개혁을 둘러싸고는 지금도 프랑스에서 이야깃거리가 될 정도의 격렬한 파업을 초래해 경제 활동을 마비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당시 시라크는 국민의회(하원)를 해산하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결과는 참패, 사회당의 약진을 허용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극우성향 국민전선의 장 마리 르펜 대표와 결선에서 일대일로 붙었다. ‘르펜 쇼크’로 불렸던 이 선거에서 시라크는 80% 넘는 기록적인 득표율로 재선됐지만 ‘반(反)르펜 표’ 덕에 이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그는 다시 연금 개혁 등에 착수했지만 지지율은 갈수록 낮아졌고, 2003년에는 약 1만5000명의 사망을 초래한 폭염을 계기로 국민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계속되는 경제 침체는 프랑스 국민에게 세계화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줬고, 급기야 2005년 유럽연합(EU) 헌법 비준에 관한 프랑스에서의 국민투표는 부결됐다. 당시 급작스럽게 수척해진 시라크는 결국 니콜라 사르코지에게 뒤를 물려줬다.

한편 다양성을 중시해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일본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에 일본 단가와 스모 등에 조예가 깊어 40회 이상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시라크 전 대통령의 부음에 애도를 표하고 대통령궁에 조기를 걸었다. 장례식은 30일 국장으로 치른다고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시라크는 국가와 국민을 사랑했다. 나라를 위해, 그리고 프랑스의 가치에 힘써 온 데 감사하고 싶다”며 그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성명을 발표하고 “위대한 정치가이자 유럽인이었던 시라크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했다.

파리 중심부에 있는 시라크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는 추모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한 시민은 “부음을 듣고 힘들었다. 부드럽게 돌보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훌륭한 대통령을 잃은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파리의 관공서 건물에는 조기가 걸렸고, 명소인 에펠탑은 야간 조명을 내리는 등 프랑스 국내외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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