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 공시 증가…공시대리인 제도 실제 효과는?

입력 2019-09-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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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기업들의 불성실 공시가 증가하는 가운데 코스닥 기업들의 공시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공시대리인 제도의 실제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사는 85개사(코스피 9개·코스닥 76개)다. 한 회사가 여러 차례 지정된 경우도 있어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106건(코스피 9건·코스닥 97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9월)의 지정 건수(84건) 대비 26.2% 늘어난 수준이다. 연간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2017년 82건(코스피 11건·코스닥 71건), 지난해 112건(코스피 11건·코스닥 101건)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증가세다.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사유는 기업이 규정상 공시해야 할 내용을 정해진 기한 내 공시하지 않은경우(공시 불이행), 먼저 공시한 내용을 취소하거나 주요 부분을 바꾼 경우(공시 번복), 기존의 공시 내용 가운데 금액 등 수치를 일정 비율 이상 바꿔 다시 공시하는 경우(공시 변경) 등이다.

올해는 공시 불이행이 전체 지정 사유(중복 사유 포함 110건)의 44.5%(49건)로 가장 많고 공시 번복 42.7%(47건), 공시 변경 12.7%(14건) 등 순이다. 지난해에는 전체 121건(중복 포함) 중 공시 불이행과 번복, 변경의 비중이 각각 46.3%(56건), 47.9%(58건), 5.8%(7건)였다.

올해 공시 변경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와 관련해 납입기일이나 금액 등을 변경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공시 번복에서는 전환사채 발행,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 경우가 상당수 포함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한계기업이 늘면서 긴급한 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제 이행 과정에서 거래 상대방과의 문제 등으로 무산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불성실공시를 줄이기 위해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규정을 보면 거래소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 회사에 규정 위반의 고의성 여부, 과실의 경중,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벌점을 0~10점까지 부과하고 8점 이상인 경우에는 추가로 제재금을 3200만원(1점당 400만원씩) 이상을 부과한다.

코스닥 기업은 1년간 쌓인 벌점이 15점 이상이 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다.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심사 결과에 따라서는 상장폐지에 몰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 사항인지 잘 모르거나 업무 담당자의 실수로 공시를 잘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벌점이나 제재금을 더 올린다면 작은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된다”며 “특히 코스닥 기업은 벌점으로 상장폐지 심사까지 받을 수도 있어 공시규정 위반을 가볍게 생각하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불성실공시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코스닥 시장의 공시 건전성을 높일 방안으로 ‘공시대리인 지정’ 제도를 내놨다.

해당 제도는 코스닥 기업 중 상장 3년 이하의 법인과 중소기업(중소기업기본법상 자산총액, 매출액 기준 등을 충족하는 회사, 2017년 말 기준 778곳)이 공시업무 경력자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에게 공시 업무 대리를 맡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거래소는 공시대리인의 미공개정보 이용 또는 공시 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관련 기업들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제도를 실제로 받아들여 공시대리인을 지정한 회사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된 시기가 짧아 기업들 입장에선 아직 낯설게 여길 수 있다”며 “공시대리인을 도입한 회사가 실제로 공시업무가 수월해지는 등의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면 다른 기업들에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당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대리인을 지정하더라도 회사 내부에서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공시 업무에 일부 관여할 필요가 있어 기존 공시 담당자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그렇게 보면 공시대리인 지정에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어서 경영자 입장에서는 그리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거래소는 공시대리인 제도 이외 코스닥 기업들의 공시 실무를 지원하기 위해 ‘공시체계 구축 컨설팅 방안 연구용역’을 맡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방안을 토대로 공시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을 상대로 원활한 공시업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운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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