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LG 'TV 전쟁', 이젠 마무리해야

입력 2019-09-29 16:54 수정 2019-09-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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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화질 싸움이 한창이던 9월 서울 잠실의 삼성, LG 체험형 매장. “두 회사 TV 중 어느 게 더 화질이 좋아 보이냐(?)”며 매장을 찾은 한 고객에게 질문을 던졌다.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돌아온 답변은 간단했다. “제 눈에는 비슷하게 보여요.”

돌발 질문을 한 데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년여간 삼성, LG가 마련한 TV 기술 설명회를 여러 번 다녀왔다. 행사에서 삼성, LG는 나름 객관적인 환경을 조성한 상황에서 자사 제품이 경쟁사 TV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어떤 TV가 더 좋은지 구별하기 힘들었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삼성, LG는 한때 글로벌 TV 시장 주도권을 잡았던 일본을 제치고 오늘날 업계 1, 2위를 차지하게 됐다. 차별화된 기술, 성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삼성, LG가 최근 끝장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부터 지금까지 서로의 TV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있다. 논쟁 과정에서 CM(화질선명도), HVEC(표준코덱) 등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용어도 등장하고 있지만 양사는 결국 “우리 제품이 진정 프리미엄 TV이다”, “경쟁사 TV는 고객들을 속이고 있다”라며 서로 헐뜯고 있다.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에서 삼성, LG는 TV 시장의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 물고 뜯는 이전투구식 논쟁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로감만 줄뿐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현재 삼성, LG의 갈등에 대해 “싸움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라는 반응도 보인다.

LG전자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삼성 QLED TV를 분해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양사의 감정싸움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이 같은 ‘진흙탕 싸움’에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글로벌 무대에서 양대 TV 브랜드로 인정받는 양사 제품 모두 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기술 우위와 생존이 걸린 문제라 해도 ‘이건 우리게 낫다. 가짜 기술이다’는 방식보다는 ‘우리 제품이 이렇게 충분히 좋다’는 설명이 글로벌 선두 브랜드의 품격과 훨씬 어울린다. ‘싸움’에만 몰두하는 사이 잃는 건 없는지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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