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천사' OST…크라우드펀딩이 살려낸 90년대생의 추억

입력 2019-09-30 17:28 수정 2019-10-0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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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성우가 OST 저작권 구입 펀딩하자…나흘 만에 6억 원 돌파해

▲성우 이용신 씨가 달빛천사 OST의 크라우드펀딩을 알리고 있다. (출처=유튜브 채널 '성우 이용신 TV')
▲성우 이용신 씨가 달빛천사 OST의 크라우드펀딩을 알리고 있다. (출처=유튜브 채널 '성우 이용신 TV')

15년이 지난 애니메이션의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그때의 추억을 다시 듣기 위해 90년대생들이 뭉쳤다. 마음만 뭉친 게 아니라, 이제 소비세대의 주축으로 떠오른 이들이 한두 푼씩 돈을 모으기 시작한 것. 그리고 그 결과는 깜짝 놀랄만했다.

‘달빛천사’(원제: 만월을 찾아서)는 2002년에 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방영됐다. ‘달빛천사’는 가수가 꿈이지만, 수명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소녀 12살 ‘루나’가 그녀의 운명을 가엾게 여긴 사신들의 도움을 받아 16살 가수 ‘풀문’으로 변신해 가수로서의 꿈을 이루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음악이 작품의 중요 소재가 되는 작품인 만큼, OST는 크게 호평받았다. 특히 주인공 루나/풀문의 성우를 맡은 이용신 씨의 매력적인 음색과 빼어난 번안곡 가사 때문에 국내 방영 당시 10대였던 90년대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출처=만화책 '달빛천사')
(출처=만화책 '달빛천사')

성우 이용신 씨가 ‘달빛천사’ 국내 방영 15주년을 기념한 정식 OST 발매를 위해 유튜브에 크라우드펀딩 소식을 알린 것은 지난 27일. 현재 국내 음원사이트에는 오프닝 곡이었던 ‘나의 마음을 담아’ 외의 음원들은 찾을 수 없다. 국내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신 씨에 따르면 번안곡의 저작권을 가진 일본 소니에게 줘야 할 라이선스 비용은 800만 원이다. 여기에 편곡, MR 제작, 세션 녹음, 가창, 믹싱, 마스터링 등의 제작 작업에 최소 600만 원가량이 소모된다고 한다.

고민하던 그는 개인의 힘으로 OST를 국내 발매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택했다.

텀블벅을 통한 크라우드펀딩에서 이 씨가 설정한 목표액은 3300만 원이다. 3만3000원을 내고 펀딩에 참여하면 USB로 만든 OST 카드앨범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이 씨는 '달빛천사' OST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대략 1000명은 있을 것이라고 계산한 셈이다.

(출처=텀블벅 캡처)
(출처=텀블벅 캡처)

하지만, 결과는 이 씨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펀딩 개시 불과 나흘 만인 30일 오후 2시 기준으로 6억 원이 넘는 금액이 모인 것이다. 3300만 원이었던 목표액의 18배를 넘어선 수치다. 후원자만 해도 1만7045명. 펀딩 마감일이 10월 23일인 것을 생각해 본다면, 마감일까지 얼마나 많은 금액이 모일 지 추산이 어려울 정도다.

현재 진행 중인 ‘달빛천사’ 크라우드펀딩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15년의 세월 동안 변화한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먼저 CD 음반이 주류였던 2000년대에 ‘달빛천사’를 시청하던 10대 시청자들은, 이제 CD가 아닌 USB 카드 형태로 된 음반을 받아 보게 된다. (이 씨는 하드케이스를 제공해 음반이라는 감성을 줄 방침이다)

또한 2030세대들이 온ㆍ오프라인 구매와 같은 전통적 소비 형태를 넘어, 크라우드펀딩과 같은 새로운 소비 형태를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도 하나의 시사점이다.

하지만, 이번 크라우드펀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30이 된 90년대생들의 폭발적인 소비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20~30대의 청장년층으로 성장한 당시의 10대 청소년들은 막강한 문화 소비의 힘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대상은 애니메이션처럼 한 때 하위문화로 폄하되었던 니치 문화에서도 그대로 영향력을 주고 있었다.

이용신 씨가 크라우드펀딩을 알리기 위해 게재한 유튜브 영상의 댓글에도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감지된다. “옛날의 초딩들이 직딩이 되니 화력을 제대로 쏟아내고 있다”, “이걸 보고 듣던 아이들이 이제 자라서 어른이 됐다. 지갑을 열어보자”와 같은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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