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가 일부 생도의 규율 위반을 이유로 다른 생도 900여명에게 기합을 시킨 것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상 자기 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부당한 조처라고 지적했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3월 학교 홍보를 위해 특별 외박을 나간 2학년 육사 생도 4명이 술을 마신 사실이 적발됐다.
이후 생도 자치기구인 '지휘근무생도'들은 자성 차원에서 단체 뜀 걸음을 학교 측에 건의했고, 학교의 승인으로 4월 1일 밤 10∼11시 2∼4학년 생도 전체 900여명이 13㎏ 무게의 군장을 메고 5㎞를 달렸다.
4월 2∼3일에는 지휘근무생도들만 단체 뜀 걸음을 했다.
하지만, 군 인권센터는 일부 생도의 규율 위반을 이유로 2∼4학년 전체 생도가 휴식 시간에 군장을 메고 단체 뜀 걸음을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생도들이 자성의 시간을 갖기로 의견을 모은 것에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교육이나 토론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이 아닌 전체 구성원 얼차려로 대책을 세운 것은 수단의 적절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군 인권센터의 진정 사건을 각하했다. 이 사건을 제보한 생도가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 피해자의 '조사 희망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1항 3호에는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한 진정에서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으면 이를 각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대신 육군사관학교장에게 "부당하게 연대책임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