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테마주 급등…수백억 챙긴 최대주주들

입력 2019-10-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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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확산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린 26일 오전 ASF가 확진된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한 양돈농장 인근에서 방역차량이 소독약을 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강화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확산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린 26일 오전 ASF가 확진된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한 양돈농장 인근에서 방역차량이 소독약을 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으로 ‘돼지열병 테마주’ 등이 급등한 가운데, 일부 기업들의 최대주주들이 지분을 팔아 거액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닭고기 업체 마니커는 지난달 30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이지바이오가 지난달 24~25일 이틀간 자사주 981만273만 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지바이오는 9월 24일 마니커 주식을 주당 1520원에 558만297주, 25일에는 주당 1567원에 422만9976주를 각각 처분했다. 이틀간 주식 처분 금액은 약 151억 원에 달한다.

마니커의 주가는 원래 800원대 횡보했으나,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달 17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단숨에 1100원으로 뛰어 올랐다. 9월 25일에는 장중 1705원까지 올라 고점을 찍은 뒤 조금씩 상승폭을 반납한 추세다.

방역용 생석회를 생산하는 백광소재의 최대주주인 태경산업도 9월 20~24일에 백광소재 주식 총 220만 주를 주당 5500~6627원에 장내 매도했다. 특별관계자인 임원 김민정 씨도 같은 달 25~27일 주당 6737~7139원에 총 81만 주를 팔았다.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자들이 주가 급등 후 팔아치운 지분은 총 200억 원어치에 달한다.

백광소재 주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소식에 지난달 17일과 18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24일에는 장중 8050원까지 올렸다. 이후로는 하향돼 현재는 5000원 대다.

또 동물 의약품 업체인 이글벳도 주가가 급등하자 최대주주인 강태성 사장이 보통주 30만 주를, 강 사장의 부친인 강승조 회장과 그의 아내 김영자 감사가 각각 15만 주씩을 주당 1만600원에 장내 매도했다. 최대주주 일가가 주가 급등 후 처분한 지분의 금액은 총 63억600만 원 규모다.

이글벳의 주가도 6000원 안팎에서 등락하다가 지난달 17~18일 이틀 연속 상하가를 기록했고 20일 장중에는 최고 1만1750원까지 상승했다가 현재 7000원 대로 떨어진 상태다.

계열사를 통해 동물 의약품 사업을 하고 있는 체시스도 이명곤 회장의 아들 이준성 씨가 9월 19일에 주식 55만9000주를 주당 3260~3405원에 장내 매도했다. 총 18억7000만 원 규모다.

지난달 16일 1660원이었던 체시스의 주가는 같은 달 17일과 18일, 20일에 상한가를 기록하고 25일에는 4795원까지 주가가 솟아올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영 상황에 대한 정보를 가진 최대주주가 현 주가를 고점으로 보고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테마주 투자는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 만큼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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