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 전달...든든한 '버팀목' 되겠다”

입력 2019-10-04 06:00 수정 2019-10-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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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취임 뒤 178회 현장소통 이어가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23일 서울 종로구 중소기업 옴부즈만지원단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23일 서울 종로구 중소기업 옴부즈만지원단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기업 종사자들, 자영업자들의 버팀목이다. 그들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아서 행정 부처에 건의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매 순간 민원인이 된 심정으로 일하는 이유다.”

박주봉(62)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인터뷰 동안 ‘버팀목’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그만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그의 사명감은 뚜렷했다.

임기가 반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그는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었다.

1년 7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박 옴부즈만이 뛰어온 발자취와 남은 과제들을 서울시 종로구 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 사무실에서 들어 보았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기업의 불편한 규제와 애로를 발굴해 개선하는 정부 기관으로 2009년 설립됐다. 차관급 독립기관으로 국무총리가 위촉한다. 옴부즈만은 관계부처장에게 규제 개선을 권고하고 이행실태를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2009년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초대 회장이 1대로 취임한 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이 2011년부터 2대와 3대를 역임했다. 2017년 4월부터 공석이던 4대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박주봉 옴부즈만이 2018년 2월 취임했다.

박 옴부즈만은 2014년 3대 중기옴부즈만 공모에도 도전했던 재수생이다. 2015년에는 중소기업중앙회 25대 회장 선거에도 출마했다. 그는 “30년 동안 중소기업에서 경험한 것을 썩히기 아까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8년 150만 원을 모아 중고 덤프트럭 한 대를 사서 연탄을 수송하는 첫 사업을 시작했다. 철 구조물 제조사인 대주개발 대표로 일하다 2001년 한국종합화학(현 KC)을 인수해 지금의 대주ㆍKC그룹을 이끌었다. 박 옴부즈만이 회장으로 있는 대주·KC는 대주중공업, 대주이엔티 등 10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기업을 이끌면서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며 “후배 기업인들에게 시행착오를 하나라도 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재수’하고, 중기중앙회장에도 도전한 배경이다.

박 옴부즈만은 “옴부즈만 면접을 볼 당시, 기업 현장에서 규제로 차별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가 있었다”며 “중소기업, 소상공인 편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옴부즈만 지원단 직원들은 박 옴부즈만의 장점을 ‘추진력’으로 꼽는다. 중기 옴부즈만 최초로 기업인 출신인 그는 책상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어떻게든 현장에서 답을 구하곤 한다. 업무 보고 등을 포함해 취임 7일 만에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연 것도 남다른 추진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2월 취임 뒤 올해 9월 말까지 규제발굴 현장 소통을 한 횟수는 178회에 달한다. 참여한 중소기업은 1137명, 현장에서 발굴한 규제 애로는 6922건이다. 이 중 87.4%에 달하는 6065건은 안내 시정되거나 관계 부처에서 수용, 일부 수용됐다. 실제로 부처와 대면해 협의해 수용된 비율은 17%가량이다.

올해 5~7월에는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기업그물망 현장 공감’ 간담회를 열어 총 306건의 과제를 발굴했고, 134건의 과제를 개선했다. 서울시 자치구와 함께한 간담회에는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건의가 다수를 차지했다. 지난 2월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자영업 규제에 집중하겠다는 다짐대로였다.

박 옴부즈만은 “자영업은 어떤 업종보다 소비자를 가까이 만난다는 점에서 규제 개선 체감도가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자영업 규제 개선사례로 그는 올해 7월 9일부터 허용된 ‘생맥주 배달 허용’을 들었다. 그동안은 치킨 등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캔이나 병에 담긴 주류만 팔 수 있지만, 생맥주는 팔 수 없었다. 맥주통에 담긴 생맥주를 페트병 등 별도 용기에 나눠 담는 행위를 ‘주세법 기본통칙’의 ‘주류의 가공·조작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소비자들 요청에 따라 생맥주를 배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위법 여부에 혼란이 있었고, 이에 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은 기획재정부에 생맥주 배달을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7월 9일 자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주세법 기본통칙’을 개정해 생맥주 배달을 위해 생맥주를 페트병 등에 담는 것을 허용했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중소기업 옴부즈만지원단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중소기업 옴부즈만지원단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 외에도 박 옴부즈만은 ‘총산도 규제’를 자랑할 만한 규제 개선 사례로 제시했다. 총산도는 산성의 정도(산도)를 뜻한다. 맥주, 와인에는 제한이 없는 이 총산도는 그동안 전통주에 제한 규정이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탁주, 약주는 다양한 미생물이 있는 원료의 특성상 외부 오염균에 의해 변질되는 사례가 많고, 총산도 기준이 변경될 시 소비자들이 달라진 맛을 변질로 인식할 우려가 있어 총산도 제한을 받았다. 전통주 업계는 이를 과도한 규제라 주장했고, 식품의약안전처는 7월 25일 자로 ‘식품의 기준 및 규격’를 개정해 탁주, 약주, 청주의 총산 규격을 삭제했다.

박 옴부즈만의 내년 계획은 규제 개선에 적극행정을 펼친 공무원이 진급 등 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을 늘리기 위해서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것이다. 적극행정에 관해서 옴부즈만지원단은 2013년부터 ‘적극행정 징계감면 건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기본법 제23조 제4항에 근거한 것으로 적극적인 규제개선 직무 중 위법행위 등으로 공무원을 징계하는 경우 옴부즈만이 해당 징계권자에게 징계 면제나 감경을 건의하는 것이다. 옴부즈만은 현재까지 4인의 징계 감경을 실시했다.

예컨대 한 지자체 공무원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도로 진입로 폭을 6m에서 4m로 완화해 공장 신설을 승인했는데 상급기관에서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해당 공무원에게 경징계를 요구했다. 옴부즈만지원단은 현장점검 및 관련자 인터뷰를 진행하고, 법제처의 유권해석 및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유사사례를 조사해 결과적으로 해당 공무원은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불문으로 처분됐다.

박 옴부즈만이 적극행정을 유인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옴부즈만 일을 하면서 공무원들의 소극행정을 절감해서이기도 하다.

그는 “각 부처와 협의할 때 옴부즈만 기관 자체가 민원인 취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실 과거 옴부즈만지원단 직원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며 “그때마다 우리부터 적극행정을 해야, 중앙부처, 지자체 등 규제 담당자들도 적극적으로 바뀐다고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 대통령 훈포장 등을 확보해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을 보상하고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옴부즈만은 올해부터 시행된 규제자유특구에 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규제자유특구는 비수도권지역에서 신기술,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핵심규제를 패키지로 완화하는 제도다. 지난달에는 박 옴부즈만과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규제자유특구 옴부즈만’이 출범하기도 했다.

박 옴부즈만은 “옴부즈만 제도를 활용해 규제자유특구와 연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대통령께 보고 드린 결과”라며 “특구 옴부즈만은 정부와 기업 간 가교 구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규제자유특구를 ‘사막의 우물’로 비유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박 옴주즈만은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 자동으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모든 행정기관, 관련 부처가 합심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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