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조 프로젝트] 송상화 교수 “신제조 핵심은 ‘초연결’… 정부 규제 틀 깨야"

입력 2019-10-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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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통적 '반독점 규제' 인식전환을

▲송상화 인천대 교수가 16일 인천대 송도캠퍼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송상화 인천대 교수가 16일 인천대 송도캠퍼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신발 제조사 아디다스는 2016년 아시아 공장을 없애고 독일에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를 만들었다. 덕분에 아디다스 고객은 전용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직접 주문할 수 있다. 주문을 받은 아디다스는 고객 맞춤형 신발을 5시간 내에 제작하고 하루 안에 배송을 끝낸다.

“물건만 팔던 시대는 갔습니다. 제품에 서비스를 더하고 고객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차별화하는 시대가 왔죠. 아디다스처럼 말입니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신제조의 대표적인 사례로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를 제시했다. 송 교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뜻하는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 즉 제조업체가 직접 고객과 호흡하며 수요를 파악해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이 신제조의 단면이라 설명했다.

송 교수는 신제조를 가능하게 하려면 ‘초연결사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제조업체가 고객과 소통해야 수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IT를 기반으로 한 연결 플랫폼이 신제조를 실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과거에는 고객의 선호를 파악할 방법이 없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공급해야 했다”며 “이런 방식은 본질적으로 공급 과잉을 만들어냈지만, 신제조가 실현되면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송 교수는 고객과 연결하는 플랫폼과 신속한 공급망에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더해져야 신제조가 비로소 완성된다고 했다. 구독경제 모델처럼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결과적으로 제조업과 유통, 물류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송 교수는 한국사회의 신제조 담론이 지나치게 제조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장에 로봇 등 자동화 설비를 갖추거나 IoT를 적용하는 건 수단일뿐 신제조를 완성하지 못한다”며 “신유통이 없는 신제조는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수요에 맞게 공급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한 신제조 담론의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플랫폼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중소·중견기업은 스스로 플랫폼을 만들 여력이 없기 때문에 기존 플랫폼에 참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플랫폼을 독점의 잣대로 규제하려 하죠.”

송 교수는 플랫폼을 전통적인 반독점이론에 근거해 규제해선 안 된다는 내용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와 장 티롤 교수의 주장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플랫폼에서 낙오한 이를 도울 사회안전망 구축과 재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신제조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다. 그는 “플랫폼 시대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정부는 플랫폼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 오히려 경제 주체들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제조 시대는 가기 어렵지만, 멋진 세상임이 분명하다”며 신제조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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