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강국 코리아] ‘수출 라이벌’ 日·中도 FTA 약진

입력 2019-10-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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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CPTPP 체결로 韓 수출액 4% 감소 우려… 中, CPTPP 맞서 RCEP 추진

▲지난달 23일 베트남 다낭 아리야나 컨벤션센터에서 ‘제28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공식협상’ 전체회의가 열렸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지난달 23일 베트남 다낭 아리야나 컨벤션센터에서 ‘제28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공식협상’ 전체회의가 열렸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통상 정책의 무게중심이 양(量)에서 질(質)로 넘어가고 있다. FTA 신규 체결을 통한 시장 개방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장 개방 확대와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을 통한 ‘FTA 2.0’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서 발효 중인 지역무역협정(RTA·FTA 등 지역 간 무역 장벽을 없애기 위한 협정)은 291건이다. 2017년에 비해 FTA 5건, 개도국 간 특혜협정(PSA) 2건이 새로 발효했다. 1995년 WTO가 출범한 후 2017년까지 연(年)평균 20건에 가까운 RTA가 발효된 점에 비춰볼 때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그새 경쟁국들은 한국을 부지런히 쫓아왔다.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일본이다. 2002년 싱가포르와 경제연대협정(EPA)을 체결한 이래 지금까지 체결한 FTA가 17건이다. 상대국도 46개국에 이른다. 일본은 특히 2013년 아베 내각이 출범한뒤 ‘국제전개전략’, 즉 FTA 네트워크 확장을 통한 전략적 통상 관계 구축을 대외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일본은 최근 연타석 홈런을 쳤다. 각각 지난해 12월과 1월에 발효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일-유럽연합(EU) EPA가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CPTPP가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을 주도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은 CPTPP가 타결되면 한국의 역내 수출액이 4%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EU EPA 역시 악재다. 유럽 시장의 99%를 개방키로 한 일-EU EPA는 EU가 지금껏 맺은 FTA 중 최대 규모다. 기계 등 주력 수출품이 겹치는 한일 양국으로선 유럽 시장을 두고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없다.

중국도 FTA 네트워크의 외연을 적극 넓히고 있다. 중국은 현재 20개국과 FTA 15건을 체결했다. 중국의 FTA 파트너는 주로 개발도상국이다. FTA를 정치·경제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지렛대로 사용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CPTPP에 맞설 아시아·태평양 지역 메가 FTA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이나 아세안과의 FTA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아태 지역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엔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EU가 중국 견제를 위해 FTA 논의를 꺼리는 건 한국으로선 다행이다. 미국·유럽 시장 장악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조문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협정팀장은 “한국이 그간 개발도상국들과 (개방도가) 낮은 수준으로 FTA를 맺어왔다”며 “FTA 개선 협상을 하면 이들 국가의 개방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곽동철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연구원은도 “FTA는 신규 체결이 가장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도 뛰어들면 효과가 줄어드는 게 불가피하다”며 “지속적인 개선 협상을 통해 무역 여건을 개선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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