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D학점’

입력 2019-10-04 06:50 수정 2019-10-0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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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10-0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 15명 설문조사…"수요 억제와 단기 성과에 급급"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약 한달 만에 6·19 대책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2년 동안 집값 안정을 위해 모두 15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집값은 지난 한 해만 13.56% 뛰었다. 노태우 정부 이래 연도별 집값 변동률로 보면 6번째 로높은 상승률(KB부동산 통계 기준)이다.

극약처방 내리듯 매번 부동산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최근 청약시장에서는 부자들이 돈 놓고 돈 먹기 하듯 현금 잔치까지 벌어진다.

당근보다 채찍이 많아서일까. 쏟아지는 대책에도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달리 집값이 역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투데이가 창간을 맞아 부동산 전문가 15명에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평가와 함께 올바른 정책 방향에 대해 물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종합 점수 평균 ‘D학점’…“시장 기능 무시한 채 단기 성과 급급”

부동산 전문가들이 내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점수는 과연 몇 점일까.

4일 이투데이가 실시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2017년 6·19 대책~올해 8·12 대책) 평가 결과 평균 점수는 67점, 학점으로 따지면 D학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간별 최대 점수를 적용한 평균값이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낙제점에 가까운 D학점을 받았다. 대부분의 평가가 C학점(4명)과 D학점(4명)에 집중됐고, E학점 3명, B학점은 단 1명으로 나타났다. 49점 이하 F학점에도 전문가 3명이 손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기능을 무시한 채 수요 억제에 골몰하며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한 것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대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거 안정의 기본인 공급은 도외시 한 채 제도적으로 수요만 억압해 ‘부동산 정책’이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날선 비판까지 나왔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의 대책 중 당초 취지와 달리 집값 상승을 부추긴 정책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10명의 전문가가 2017년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골자로 한 8·2 대책과 임대사업 활성화 방안을 담은 12·13 대책을 꼽았다.

양도세 중과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보다 증여나 임대사업등록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는 매물 품귀 현상으로 이어져 간간히 나오는 매물마저 ‘뻥튀기’ 가격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수요자들에게 투자 지역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이는 투기지역에 대한 매물 잠김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홍춘욱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는 “청약 가점제 확대로 실수요자들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기회가 사라졌다고 판단해 구축 매입에 참여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반면 집값 안정에 가장 기여한 대책에는 전체 응답자의 8명이 지난해 9·13 대책을 꼽았다. 9·13 대책은 대출 규제, 주택임대사업자 규제,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주택시장을 전방위적으로 차단한 ‘종합 규제 세트’다.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차단과 주택 구매수요 억제가 결국 집값 하락으로 이어졌다. 9·13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전체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낸 것으로도 조사됐다. 실제 이 대책이 나온 직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가 꺾이며 6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문가 87% “분양가 상한제 불필요”…득보다 ‘실’ 커

9·13 대책 이후 30주 넘게 잠잠하던 집값이 또다시 꿈틀거리자 정부는 11개월 만에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꺼내들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지칠 줄 모르고 상승 중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인위적인 가격 규제는 단기적인 효과는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주택산업 위축, 공급 부족, 주택 품질 저하, 신축 단지 가격 상승, ‘로또 청약’ 등의 부작용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얘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편법을 낳거나 주택시장 획일화를 초래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가 필연적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과거 규제가 풀린 뒤 신규 분양가가 단기간에 급등해 주변 집값을 자극한 전례가 있는 만큼 상한제 확대 시행은 집값 안정에 필요한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된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085만원이었다. 이는 직전 4년(2011~2014년) 평균인 3.3㎡당 901만원보다 20% 가량 오른 가격이다. 특히 서울은 이 기간 분양가가 3.3㎡당 1718만원에서 2188만원으로 30% 가량 치솟았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도 “분양가 상한데가 단기적인 가수요를 차단해 집값 하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정책 카드는 ‘임차인 주거 안정’

문재인 정부의 다음 부동산 대책 카드는 전월세 신고제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차인 주거 안정 제도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문 대통령의 대선 당시 핵심 공약이었지만 주택 수요 억제 대책에 올인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정책들이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가 진행된 뒤 정부와 여당은 주택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주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했다. 법적으로 보장되는 전월세 거주 계약기간을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 신고제는 모두 전세시장 위축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월세 상한제 카드와 패키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입자 주거 안정과 거래 투명화 측면에서 이같은 정책은 장기적으로 ‘가야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서울 강보합, 지방은 약세 …글로벌 경제·금리가 변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강보합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점쳤다. 경기가 좋지 않아 주택시장 환경 역시 어렵지만 서울의 경우 수급 불균형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지방은 주택 공급 과잉 및 일자리 소멸 등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인하,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이 내년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혔다.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주용남 도시와경제 소장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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