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경제단체장 회동, 정책전환 계기돼야

입력 2019-10-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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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등 경제 4단체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갖는다. 우리 경제 침체가 깊어지고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높아지면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응책을 함께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남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대책 논의를 위한 7월 10일 30대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경제 상황에 대한 청와대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수출과 생산, 소비, 투자, 물가 등 핵심 경제지표가 갈수록 나빠지면서 경기는 완연한 하락세다. 통계청은 우리 경제가 2017년 9월 정점을 지나 이후 24개월째 하강하고 있다는 공식 진단을 내놨다.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라 나온다. 올해 2% 안팎의 성장률에서 내년 1%대 추락도 점쳐진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6%, 모건스탠리는 1.7%로 내다봤다. 예상치가 자꾸 낮아지고 있다. 장기불황 조짐이 뚜렷한 까닭이다. 수출은 작년 12월 이후 9월까지 10개월째 감소세다. 제조업 생산능력, 가동률이 계속 떨어진다. 투자 또한 살아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물가상승률이 8월 -0.04%에 이어 9월에도 -0.4%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 겪는 마이너스 물가다. 물가 하락에 따른 소비 위축, 생산 및 투자 감소, 고용 충격 등으로 이어지는 디플레의 악순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좋아질 기미도 없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글로벌 경기 후퇴,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계는 한국 경제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한 현실과 불안감을 토로한다. 기업들은 안팎의 리스크와 불확실성만 겹친 경영여건 극복을 위한 위기경영 체제에 들어간 지 오래다. 박용만 상의 회장은 최근 “경제는 잊히고 버려진 자식 같다”는 울분을 쏟아냈다. 청와대나 정치권이 경제 이슈를 외면하면서 경기 회복을 위한 국회의 법안 처리, 정책 동원의 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경제가 이념에 발목잡혀 있다”며 “20년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청와대 회동은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경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경제 정책 전환이 급선무다. 그동안 대통령과 경제인들의 대화가 몇 차례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다. 대통령은 계속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했고, 기업들은 바뀌지 않는 정책에 절망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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