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도시재생] 보행길로 고친 서울역 고가…골목 개발은 주민이 주도

입력 2019-10-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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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필요 없는 도시로

▲서울형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서울로 7017 프로젝트’. (서울시)
▲서울형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서울로 7017 프로젝트’. (서울시)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은 ‘서울형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다. 이는 서울역 고가의 보행길 전환을 촉매제로 철도와 차량길로 단절돼 낙후된 서울역 일대를 재생하고 인근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서울역을 포함해 서측으로는 서계동과 중림동, 동측으로는 남대문시장과 회현동, 북측으로는 염천교 등이 이 일대에 해당한다. 핵심은 2017년 5월 20일 문을 연 ‘서울로 7017 프로젝트’다. 약 40년간 차량이 지나다니던 서울역 고가가 보행길로 탈바꿈한 것.

서울역은 해방과 분단 이후 산업화 시대의 상징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남부역사(1957년), 동부역사(1969년), 서부역사(1974년)가 차례로 들어섰고, 서울역과 동부역(서울스퀘어) 간 지하도로와 서부역을 잇는 육교도 완성됐다. 이 시절 고가도로는 개발의 아이콘이었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1970년 퇴계로~서울역 구간 건설을 시작으로 1974년 퇴계로~청파로, 1983년 퇴계로~만리동 구간에 순차적으로 놓였다. 이후 서울 전역에 101개가 건설됐다. 하지만 서울역 고가는 안전상 문제가 잇따랐고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철거가 결정됐다.

철거 실행이 차일피일 미뤄지던 중 서울시는 2016년 ‘7017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획일적인 철거 방식 대신 고가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람이 걷기 편한 길로 재생하는 방식을 택한 것. 설계자는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마스를 선정했다. 2015년 12월 고가를 전부 폐쇄하고 1년 6개월간 교각과 고가를 안전하게 보수하는 작업을 펼쳤다. 상단의 낡은 콘크리트는 바닥판 327개로 모두 교체했다. 보행로의 콘셉트는 ‘공중정원’으로 수백 종에 이르는 꽃과 나무가 고가를 채웠다. 또 중림동 일대 수제화 산업, 회현동 일대 역사문화자원 등 맞춤형 개발로 지역 정체성을 살렸다.

‘서울로 7017’을 중심으로 남대문시장, 퇴계로, 회현동, 숭례문, 한양도성, 대우재단빌딩, 호텔마누, 세종대로, 지하철, 버스환승센터, 서울역광장, 공항터미널, 청파동, 만리동, 손기정공원, 중림동, 서소문 공원 등으로 연결되는 17개 보행길은 ‘서울로 7017’을 찾은 시민들을 자연스럽게 인근 지역으로 유입시켜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개장 이래 ‘서울로 7017’을 찾은 방문객은 1993만4733명(9월 19일 기준)에 달한다.

남은 과제는 주민이 도시재생을 이어가는 것, 바로 ‘자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이 마중물 사업을 선투자해 민간사업을 촉발하고 보행문화거리를 조성해줬다면 주민 공동체가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며 “‘서울로 7017’이 각 지역 골목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주민이 직접 재생으로 인한 변화를 인식할 수 있도록 집수리·골목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노후 저층 주거지의 기초 인프라를 확충해주는 등 다양한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서울시 저층주택 46만 동 중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 주택은 16만 동으로 약 35%를 차지한다. 설문조사 결과 서울시 저층주택 소유자의 91.2%는 실제 집수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집수리에 대한 제도적 지원 부족, 심리적 어려움 때문에 노후 주택이 방치돼 있거나 전면 철거형의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주민 스스로 집과 주변 지역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집수리 닷컴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개량이 시급한 주택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집수리 비용보조 및 융자 등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노후 주거지에는 뉴딜사업과 연계해 ‘10분 동네(반경 200~400m)’를 기반으로 기반시설과 생활 인프라를 확충해 준다. 어린이집·마을회관 등을 우선 건립해 공동체 활성화를 지역 활성화와 연계하고 재생 촉매 역할의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서울시는 골목길 개선 과정에서 앵커시설로서 낡고 오래된 집을 구매해 공공건축가와 작업, 전면 재개발을 하지 않고도 집이 멋스럽게 바뀔 수 있다는 걸 주민에게 보여줬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의 선도적 역할과 함께 민간 등 다양한 주체의 공감과 참여로 서울역 일대는 ‘서울형 도시재생’의 핵심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스스로 고치고 가꿔가야겠다는 건강한 자생력이 우리 삶터에 자리잡을 때까지 내달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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