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조 프로젝트] 무너진 국제 분업...‘오픈 이노베이션’에서 답을 찾다

입력 2019-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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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아이디어·자원 활용, 비용 절감과 혁신 촉진…중국·일본, 정부·기업 ‘혼연일체’로 총력

미국과 중국의 무역 및 기술패권 전쟁, 한국과 일본의 갈등 등으로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이뤄졌던 국제 분업의 틀이 크게 손상됐다. 전 세계 국가와 지역은 각자의 주특기로 분업화하면서 국제 산업의 기틀을 다지고 무역 성장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출범 이후 ‘자국 우선주의’로 장벽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各自圖生·각자 살 길을 도모함)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액의 비용과 인력, 시간을 필요로 하는 각자도생은 기업이나 국가 입장에서 부담이 매우 크고 한 국가의 성장동력이 바뀔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제안하고 이에 대한 성공과 실패 사례,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갈등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 그동안 세계 경제와 무역 발전의 큰 축을 담당했던 ‘국제분업’ 체제가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국제분업의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카드로 2003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군림하고, 한국은 반도체와 전자제품 등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이 방대한 국제분업 시스템 혜택을 누렸다. 예를 들어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지만 제조에 필요한 각종 소재와 장비 등은 일본과 네덜란드 등이 공급하고 있다. 화웨이테크놀로지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제품에는 미국 부품이 들어간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스마트폰도 애플과 퀄컴 등 미국 기업이 설계하고 부품은 한국이나 일본이 담당하며 조립은 중국이 맡는다는 국제분업 체제가 확립돼 있다.

중국 상무부 보고서는 “약 650달러(약 77만 원)의 아이폰을 1대 판매할 경우 중국에는 총 8.5달러밖에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익 대부분은 설계와 판매를 담당하는 애플이 가져가고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과 일본 메이커도 일정한 수익을 얻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에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안정적인 국제분업 체제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이전하거나 주요 소재 국산화에 나서고 있지만 국제분업 붕괴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에 기업은 물론 국가까지 나서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대응을 홀로 하기보다는 외부의 아이디어와 자원을 최대한 활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 절감은 물론 생존에 필요한 혁신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도 오픈 이노베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제조업을 세계 최첨단 수준으로 키운다는 국가발전 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포함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역에 15개 제조업 혁신센터를 세우고 2025년에는 이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판 구글’ 바이두는 2017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개방형 플랫폼 ‘아폴로’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는데 우리나라 현대자동차와 미국 포드·인텔, 일본 혼다 등 전 세계 약 15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이 2016년 7월 처음으로 백서를 발간하고 2017년 3월 ‘오픈 이노베이션·벤처 창조 협의회(JOIC)’를 새롭게 발족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독려에 나서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 상사는 올해 5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개설했다. 그동안 미쓰비시 상사는 이스라엘에서 주로 무역사업에 중점을 뒀으나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현지 스타트업과 연계하고자 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도요타 자동차를 포함한 약 40개 일본 대기업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컨소시엄을 4월 중순 출범시켰다. 맥주 대기업인 아사히그룹과 다케다제약에서 광고업체 덴쓰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선도기업들이 참여했다. 컨소시엄은 내년 참여 기업을 1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구체화된 개념이지만 실리콘밸리는 이미 초창기부터 이런 문화가 형성됐으며 이것이 바로 실리콘밸리가 놀라운 혁신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가장 큰 비결이었다고 미국 포브스는 분석했다.

1960년대 전자제품 제조의 선구자인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실리콘밸리의 첫 번째 주요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페어차일드 초창기 직원이었던 존 슈뢰더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종종 실험실에서 경쟁업체 중 한 곳으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을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장비를 차에 싣고 가서 손을 빌려줬다”며 “밤새 함께 일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그것이 당시의 방식이었다. 우리 모두는 함께했다”고 말했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설립자는 40년 전 인텔 공동 설립자인 로버트 노이스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초라한 위치에 있었던 잡스가 거창하게 약속을 잡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전화번호부에서 노이스의 번호를 알아내 커피를 같이하자고 요청해 소중한 도움을 얻었다. 이는 아직도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화라고 포브스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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