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의 787드림라이너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보잉은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최상위 공급업체 중 50곳 이상이 드림라이너 개발에 참여해 혁신과 전문적 지식을 제공했다”며 “이들은 개발 초기 세부 설계 단계부터 참여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보잉의 호언과 달리 드림라이너는 계속되는 개발 지연으로 여러 차례 일정이 미뤄진 끝에 원래 계획보다 3년이 늦은 2011년에야 고객사에 처음으로 인도할 수 있었다. 또 2013년 리튬이온 배터리 결함으로 비상 착륙하면서 3개월간 운항이 중단되는 등 출시 이후에도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많은 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업 내부의 장벽을 무너뜨리며 혁신의 새바람을 불러일으켰지만 보잉은 관련 파트너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커다란 실패를 겪었다고 평가했다.
항공기와 같은 복잡한 제품은 엔진과 항공 전자기기 등 일부 영역에서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웃소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787 생산에서 아웃소싱 비율은 70%로, 이전 기종인 737과 747의 약 35~50%를 훨씬 웃돌았다. 아울러 보잉은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과 전문성을 담보하고자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 측면에서만 접근했다.
전문가들은 또 다양한 공급망과 관련된 문화와 언어 차이, 물리적 거리는 추가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파트너와의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의사소통과 현장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보잉의 실패는 바로 이런 점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올해 4월에는 파나소닉과 다이와하우스공업 등이 출자한 일본 벤처기업 ‘세븐드리머스래보러토리스(Seven Dreamers Laboratories)’가 파산했다. 2015년 설립된 이 업체는 세탁물을 자동으로 접고 정리하는 로봇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100억 엔(약 1100억 원)을 모았으며 지난해 파나소닉이 파견 기술자를 늘리는 등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 주목받았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에 대해 일본 지식재산전략본부는 6월 보고서에서 자국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부진한 배경으로 “기업들이 목적이 불명확한 가운데 착수하는 경향이 큰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직원들은 상사의 지시나 타사의 성공 등 외부 요인에 대처하고자 마지못해 뛰어들고 경영자는 직원에만 맡기고 기존 조직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해 냉담하거나 반발하는 등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방법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담당자와 경영자, 기존 조직의 마인드”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