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초격차 반도체 개발, 기업 활력 진작을

입력 2019-10-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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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최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12단 3차원 실리콘 관통전극(3D-TSV)’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7일 발표했다. 곧 이 기술을 적용한 업계 최대 용량의 24GB급 대용량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품의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존에는 D램 칩을 쌓을 때 와이어로 연결하지만, 새 기술은 칩에 머리카락 굵기 20분의 1 수준인 미세 전자통로를 뚫어 연결하는 방식이다. 종이(100㎛)의 절반 이하 두께로 가공한 칩 12개를 수직으로 쌓아 연결하는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돼 가장 고난도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알려져 있다. 칩 사이에 신호를 주고받는 시간이 짧아져 정보처리 속도와 소비전력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삼성이 다시 기술 한계를 극복하고 반도체의 초(超)격차를 유지하면서 멀찌감치 앞서 가는 개가다. 삼성은 이를 통해 HBM의 용량을 기존 주력제품보다 3배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 자동차, 모바일 등 작고 속도가 빠른 고성능 대용량 반도체 수요 증가에도 신속히 대응해 시장의 확고한 우위를 지켜나간다는 전략이다.

온통 한국 경제의 암울한 신호만 가득한데, 그나마 선도기업이 경쟁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발한 성과다. 반도체는 한국의 최대 상품으로 수출을 지탱하는 경제 버팀목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황이 급속히 가라앉으면서 전체 수출이 줄곧 쪼그라들고 있다. 단기간 내 시황 호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글로벌 경기 후퇴에 따른 수요 부진에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다. 게다가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이중삼중의 난관에 부딪혀 있는 실정이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마저 꺾이면 그 자체로서 한국 경제의 심각한 위기다. 최우선 과제는 삼성이 반도체의 독보적 리더십을 지켜나가기 위한 초격차의 유지다. 쉽지 않다. 우선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 규제가 당면한 걸림돌이고, 시장 여건도 첩첩산중이다. 중국의 거센 도전은 머지않아 생존을 건 치열한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반도체의 속성상 절대강자에서 밀리는 순간 급속한 추락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한국 경제는 반도체를 빼고 나면 자동차·철강·조선·석유화학·기계 등 주력산업 경쟁력이 급속히 쇠퇴하면서 대기업들의 역(逆)성장 현상이 뚜렷하다. 끊임없는 기술혁신말고는 답이 없다. 수출 한국의 명운이 걸려 있다. 삼성 또한 어느 때보다 초격차 전략 드라이브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돕지는 못할 망정 기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삼성뿐만이 아니다. 기업들이 앞장서지 않고는 이 엄중한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기업 활력을 되살리는 특단의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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