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입차 5사의 3분기 내수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본격화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가 통계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7~9월 판매된 일본 브랜드 5사(토요타ㆍ렉서스ㆍ혼다ㆍ닛산ㆍ인피니티) 수입차는 5175대에 그쳤다. 직전 2분기(1만1897대) 판매량 대비 56.5% 급감한 수치다.
최근 3년 새 일본차 5사의 분기 판매량이 1만 대 선을 넘지 못한 적은 있었지만, 5000대 선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일본차 5사의 1분기 판매량은 8883대에 머물렀지만, 이후 지난해(2018년)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판매량 1만 대를 넘겼다.
지난해 3분기 판매량은 9220대로 잠시 내려왔지만,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는 다시 1만 대 선을 넘었다.
브랜드별로 따져보면 혼다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혼다의 3분기 판매량(772대)은 직전 분기(2746대) 대비 71% 줄었고, 닛산은 890대에서 332대로 62% 감소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매달 1000대 이상씩 판매한 렉서스도 3분기(2054대)에는 2분기(4185대) 절반 수준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일본차 5사의 판매량 감소는 유럽 브랜드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졌다.
프랑스 브랜드 시트로엥은 3분기에 284대를 판매하며 직전 분기보다 판매량이 48% 늘었다. 푸조 역시 같은 분기 판매량이 27%, 독일 브랜드 BMW는 24% 늘었다.
업계에서는 일본차 5사의 분기 판매량 감소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 브랜드 수입차 계약부터 출고까지는 2개월가량이 걸린다. 10월 출고된 차는 두 달 전인 8월에 계약된 셈이다.
그 때문에 불매운동이 시작된 직후의 판매량에는 불매 심리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7~8월보다 9월에 들어서야 일본차 판매량이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불매 심리가 연말까지 지속하면 4분기 판매량이 3분기보다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9월부터 새로 보급된 ‘8자리 자동차 번호판’이 판매량 급감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자리가 세 자리인 번호판을 단 일본차는 불매운동 와중에 구매됐음을 뜻한다”며 “일종의 낙인 효과 탓에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있었을 것"이라 밝혔다.